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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시카고/김준형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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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시카고/김준형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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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중심지에 버티고 선 고색창연한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 건물의 위용에 압도된다. 1851년 문을 연 CBOT는 세계선물시장의 메카이면서 시카고 지역에 막대한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지금 부산지역 상공인들은 제2의 CBOT 건설을 꿈꾸고 있다. 대통령이 부산에 선물거래소를 세우겠다고 공약할 때도 CBOT를 떠올렸을 것이다.하지만 「부산 선물거래소」와 CBOT는 다른 점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부산에 선물거래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3일. 선물거래소 입지 확정을 가장 반겨야 할 선물협회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건물까지 만들어 주겠다는데도 『도대체 거기서 뭘 하라고…』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CBOT는 어땠는가. 세계 최대 곡창지역인 미 중부의 상인들은 겨울동안의 가격변동으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해 선물거래방식을 고안하면서 시카고를 거래소 입지로 선택했다. 육·해상 운송의 중심지인 시카고는 당시로선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거래소와 상인들이 싫어하는 거래소, 그것이 부산과 CBOT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친(親)시장」과 「반(反)시장」의 차이인 것이다.

선물 전문가들은 『금융선물의 비중이 압도적인 지금은 금융기관 밀집도, 통신인프라 등이 가장 중요한 입지조건』이라며 『외국에서도 금융거래소들이 통합되는 추세』라고 말한다. 시장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만 형성된다. 수요가 없는 곳에 시장을 만들면 파리만 날리게 된다. 암달러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과연 부산에 선물시장 수요가 얼마나 되는가.

과거 정권이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치적으로」 설립한 지방의 금융기관들이 지금 어떤 꼴들인가는 힘겹게 금융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는 현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선거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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