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권력구조개편에 관한 논의를 항상 사시(斜視)를 갖고 보아 왔다. 이유는 이승만(李承晩), 박정희(朴正熙) 등 주로 집권자들이 권력구조개편을 자신들의 장기집권을 위한 방편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이른바 DJT연합은 지난 대선을 통해 2000년까지는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를 내각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 약속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간의 권력배분 언약이라는 측면에서 실현여부는 초미의 관심사가 돼 왔다. 어느 일면에서는 두 사람간의 권력구조개편약속이 결국 김총리의 대권승계를 암묵한 것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 온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김총리는 지역적인 지지세 미약으로 인해 내각제에 의하지 않고서는 집권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사람간의 내각제 약속은 국민적 동의가 배경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내각제개헌 가능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게 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제를 고수해 왔던 그의 입장에서 볼때 의외의 변신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내각제개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통령이 요즘처럼 민주질서를 깨는 상황에서 내각제개헌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것 역시 다분히 정략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총재의 갑작스런 태도변화가 최근의 사정한파를 우회해 보려는 전술적 차원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여갈등을 노려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책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분명하다. 국세청이 특정인의 대선자금을 거두는 나라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도 조세권을 이용한 파렴치한 범죄행위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내각제로 물을 탈 일이 아니다. 이총재가 정말 내각제가 우리 현실에 맞는다고 판단했다면 먼저 조세권유린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구한 후에 떳떳하게 제기해야 할 줄 안다. 권력구조개편안이 정략적으로 논의될 만큼 그렇게 한가한 사안인가. 또 현재 절대다수 국민들이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권력구조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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