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험’ 긴장국면서 선택폭 좁아/정경분리 經協 확대는 배제못해청와대는 6일 북한 김정일(金正日)이 국방위원장으로 재추대된 것과 관련,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기 바란다』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권력 승계를 완료한 북한에 대해 기대를 나타내기 보다 촉구성 논평을 했다는 것이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이번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는 우리측에게 대체로 실망적인 것이었다. 김정일의 권력수반 취임은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이 원한다면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소극적 자세로 정상회담을 제의해 놓은 상태다. 정부는 이같은 입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물론, 특사교환과 같은 최고 당국자간의 의사 교환이 이루어질 만한 여건은 남북한 공히 마련돼 있지 않다. 북한은 국방위원장이 최고 권력기관으로 승격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당분간 강경파가 정책을 주도하고 군사체제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측으로서도 선택은 많지 않다. 김대통령은 6월 미국방문 당시, 미국의 대북(對北)경제제재 완화를 요청하는 등 관계국 사이에서 대북화해 정책의 주도권을 취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북측의 「실험」으로 정세가 긴장 국면으로 향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는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문민정부 당시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정부 출범 1년4개월여만인 94년 7월에야 합의됐음을 감안한다면 남북한 당국 모두 상황이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당장 남북관계의 물꼬는 비정치분야에서 터야 할 것이라는 견해다. 정부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의 테크노크라트 집단이 대거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을 들어 북측도 정경 분리의 교류 원칙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도 확고하므로 경협 등은 활성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당국간에는 4월 베이징(北京) 당국자 회담 때 서로 맞섰던 이산가족 대 정부차원 식량지원이라는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잠수정 침투사건 발발 직전 『남북 이산가족간 서신 교환만 실현되면, 20만톤 규모의 비료지원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상호주의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베이징 회담의 틀 속에서 남북 당국간에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어떤 경우든 남북관계는 당분간 느린 걸음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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