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환위기로 증폭된 세계금융공황의 위기감이 월가를 덮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최후보루이던 뉴욕의 월가에도 우려할만한 지표상의 변화가 일어나자, 이런 위기상황을 타파할 미국의 지도력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금융공황의 위기감은 뉴욕증시가 잘 대변해주고 있다. 1년동안 계속된 아시아 금융위기에도 뉴욕증시의 상승행진은 계속됐다. 4%가 넘는 경이적인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4%대의 저실업률, 거의 무시할만한 물가상승으로 미국경제는 튼튼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러시아의 단기외채 지불유예 선언을 기점으로 뉴욕증권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3일의 다우존스지수는 7682.22로 지난 7월17일 9347.97보다 무려 17.7%나 하락했다.
이제 월가에서는 미국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불과 2개월전 과열경기를 막기위해 금리인상을 점치던 월가의 분위기가 얼마나 급속히 반전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월가의 금융공황 위기감은 충분히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작년 여름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는 개선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을뿐 아니라 러시아사태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기관차 노릇을 해야할 일본도 7년째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외환시장의 붕괴와 옐친정부의 정치적 혼미상태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어 이른 시일내의 사태호전을 기대하기에는 절망적이다. 러시아 외환위기의 파장은 이제 남미로 번지고 있다. 콜롬비아가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선언함으로써 석유등 국제원자재값 하락으로 외환부족에 시달리는 남미국가들이 연쇄적인 환율인하정책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클린턴옐친 정상회담이 보여주었듯 미국이 러시아의 금융위기를 구제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태국과 한국등 아시아 외환위기때 그나마 기능을 발휘했던 IMF도 러시아사태 대처에는 역부족이다. 러시아 사태를 계기로 월가에서는 IMF역할에 대한 개선책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등 아시아 국가에 내린 고금리와 긴축재정등 위기처방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IMF는 과거 영국의 금융위기나 85년 멕시코외환위기 때처럼 국지적인 상황에서는 당사국의 위기극복 의지에 따라 적절한 기능을 발휘했었지만 이번 사태처럼 국제금융시장 전체가 연쇄적인 위기에 몰릴 때는 국제기구로서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러시아 위기는 G7국가의 전략적 해결에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IMF의 개선등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검토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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