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후 일본 엔화와 달러와의 환율이 처음 결정된 것은 1949년이다. 전후의 혼란 속에서 일본경제의 재건에 힘을 기울이던 미국은 엔화의 환율을 얼마로 할지 한동안 고심했다. 미일 양국 정부가 협의해 결정하면 좋겠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국이 단독 결정키로 했다. 당시 닷지 주일 미국공사가 엔은 한자로는 둥근 원을 뜻하는 「円」이라 쓰고, 원은 360도이니 360대 1로 하자고 제안, 채택됐다.■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지만 360대 1이란 환율은 당시 일본의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적절했다는 후세의 평가다. 이같은 환율은 70년까지 21년간 일본경제 재건의 한 상징이었다. 당시는 고정환율제였지만 현재 달러당 130∼140엔대를 오르 내리고 있는 환율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감출 수 없다. 일본이 360대 1이란 환율을 바탕으로 수출입국에 성공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엔」과 달러와의 환율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웃고 우는가. 엔이 강세가 되면 우리의 수출이 살아난다고 좋아하고 조금만 약세가 되면 금방 수출이 타격받게 됐다고 걱정이 태산같다. 엔 약세가 되면 그렇지 않아도 수출대국인 일본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강해지고, 반대로 우리나라 수출품은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업계가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IMF사태 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후 세계의 시선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일본으로 쏠렸다. 엔화가 폭락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엔화는 강세를 보여 3일 달러당 135엔대까지 치솟았다. 일본의회가 3일 금융파국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가 이정도 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일본의 경제토대가 원처럼 빈틈없이 탄탄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경제는 언제쯤이나 이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게 될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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