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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모르는‘닫힌공간의 이야기’/이지현 혜성여고3년(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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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모르는‘닫힌공간의 이야기’/이지현 혜성여고3년(발언대)

입력
1998.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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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평범한 여고 3년생이다. 서울대총장 딸의 몇 천만원짜리 과외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돈」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있다』『역시 부모를 잘만나야 해』 서울대총장 딸의 과외는 사실 재수없게(?) 걸린 것이지 더 많은 수의 부유층, 권력층의 자녀들이 더 비싼 과외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게 우리들의 생각이다. 게다가 선생님까지 한몫을 챙겼다니….도대체 대학이 뭐길래 스승과 제자 사이를 이 꼴로 만드는 것일까. 학력위주의 사회풍토, 어른들의 우등생 콤플렉스, 이런 것들이 장본인이 아닐까.

우리반 학생중 60∼70%는 심한 변비와 소화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에 15시간을 넘기 때문에 다리도 붓고 가슴이 답답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양호실엔 항상 소화제가 여유있게 준비돼 있다.

이렇게 몸이 상해가면서까지 그 「대학」이라는 것에 매달리는데 한쪽에선 수천만원의 고액과외로 대학을 사려고 한다. 그래도 「세상은 공평하다」는 말을 믿고 싶다.

사회에서만 학력위주 풍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조성돼 있다. 학교마다 학생회장이 있고 전교생을 대표하는 학생운영회가 있다. 학생운영회는 반장이면 자동 가입된다.

그중 문예부장 선도부장 윤리부장 환경부장 등은 모두 반장들의 몫이다. 글쓰기를 잘해서 문예부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감투일 뿐이다. 나는 중학교때 방송에 관심이 있어 방송반을 찾아갔는데 이미 반장 부반장 몇 명이 정해져 있었고 편집부를 찾아가자 그 곳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조차 이 모양인데 사회에서 학력위주의 풍토를 없애자고 한다.

지금 열린교육이다 뭐다해서 법석이지만 언제부터 자리잡힐지 알 수도 없고 올해 고3인 내게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뿐이다.

결국 나 역시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돈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안타까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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