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는 입지 취약 비틀/상호불신 커 대응책 불구경세계 경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서방선진 7개국(G7)이 수수방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책 부재의 한계성을 직시한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속셈 때문인가.
최근 세계 언론들은 서방 선진국 정상들의 리더십 부재를 경제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본이 최근 전격 제안한 G7 긴급정상회의가 독일, 미국의 반대로 끝내 무산되자 G7의 위기 타개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은 러시아 경제파탄 등으로 세계 경제의 축이 흔들리고 있지만 정작 나서야할 「부국(富國)들의 모임」 G7이 대책 마련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국과 독일, 일본 등 3국 정상들이 모두 허약한 국내정치 입지 때문에 비틀거리고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성추문으로, 27일 총선을 앞둔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러시아 지원문제로 발목이 묶인 데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 총리는 워낙 극심한 경기침체로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세계경제의 총대를 멜만한 여력이 없다.
「삼각축」 국가들의 상호 불신도 걸림돌이다. 미국과 독일은 G7회의를 제의한 일본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일본이 G7 무대를 활용, 러시아 위기를 운운하면서 자국경제의 문제성을 호도하려 한다는 「연막전술론」이다. 일본은 세계 각국을 자국식 시장주의로 무차별 채색하려는 미국의 속셈을 꿰뚫어 보고 있다. 유럽경제의 핵심축인 독일도 유러화 출범전 달러의 기축통화권을 확장하려는 미국을 곱게 볼 리 만무하다.
위기타개방안에 대한 3국의 입장차도 현저하다. 먼저 G7 국가들의 금리인하문제. 침체된 세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은 더이상의 금리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방 투기자본 규제문제에 대해선 미국이 극력 거부하고 있다. 현 위기의 상당부분이 서방 특히 미국의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으로부터 기인하는 게 사실이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과 개방성을 강조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자칫 세계 공황을 촉발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지만 이들 G7 국가는 자국의 이익만 저울질하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이기주의 행태만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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