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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연출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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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연출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입력
1998.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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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90년대 학번/‘상처의 강’ 건너기/내달 18일까지 성좌소극장학생운동이 치열했던 80년대. 교내에서 바깥쪽을 향해 부는 바람을 「민주풍」(최루탄이 날아들어 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이라고 부른 경험이 있는 이들. 그 급박한 시국에 세미나를, 또는 연극과 노래연습을 해야 하는 지를 놓고 논쟁한 적이 있는 이들. 속칭 「모래시계세대」라면 4일 개막하는 극단 목화의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연극은 대학의 연극반이 84학번 선배 지환(성지루)을 연출가로 모셔오면서 빚어지는 80년대와 90년대 학번간의 충돌이 큰 줄기를 이룬다. 지환의 80년대는 친구의 분신이 가슴아프게 아로새겨 있고,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가 팽배한 시대였다. 그에겐 90년대 학번은 「참으로 버르장머리 없는」 세대이다. 그러나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동성애를 인정해 달라는 희수(박희순)를 통해 작가는 90년대의 아픔을 보여준다. 의미는 다르지만 「상처라는 다리」를 건너 80년대와 90년대가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출을 맡은 오태석씨는 공교롭게도 전작 「천년의 수인」에 이어 계속 「80년대 돌이켜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80∼90년대 학교경험이 없는 1940년생 연출가인데도. 이 작품은 무대 뒤의 풍경도 재미있게 전해준다. 연기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배우들에게 연출가는 어떤 존재인지를 라면 끓여먹고 신문지 뜯어 소품 만드는 연극반을 통해 보여준다.

극단 목화가 성좌소극장을 전용극장으로 마련해 처음 선보이는 작품. 오씨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연출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대사는 작가 김명화씨의 것이나 이미지를 생산하는 방식은 오씨의 것이다. 10월18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3·6시 성좌소극장.(02)745­3966<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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