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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법을 익히자(실리콘밸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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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법을 익히자(실리콘밸리 이야기)

입력
199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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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사고방식 이해못하면 제멋대로 오해하고 불만 쌓여짧은 치마를 얌전하게 입고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놓은 애인에게 『배고파?』라고 물었을 때 『괜찮아요』라는 수줍은 답변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뜻이며, 지루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부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예!』라는 대답이 나왔다면 당장 먹을 것을 대령하지 않으면 「큰일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간혹 애인과 부인을 빗대어 많은 우스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처럼 같은 인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대화법을 쓸 수 있다.

상대에 따라 대화법을 익히고 속내를 잘 읽어내는 것은 비즈니스맨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려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부딪치는 문제 가운데 하나도 이 대화법에 있다. 같은 한국사람들끼리도 실리콘밸리, 혹은 미국에서 오래 비즈니스를 해온 사람들과 만날 때 종종 오해를 쌓는 경우가 있다. 바로 대화법의 문제 때문이다.

한때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부 관료들의 실리콘밸리행이 줄을 잇던 때가 있었다. 가장 먼저 찾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자리잡은 한국인들이다. 합작투자사 설립을 놓고 현지의 벤처캐피털과 협상을 벌인 일이 있는 모기업의 이사는 끝내 협상이 깨진후 『실리콘밸리에는 자기자랑만 잔뜩 늘어놓고, 온갖 유명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하는 떠벌이들이 많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반면 상대편이었던 실리콘밸리의 밴처캐피털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대체로 막연한 생각들을 늘어 놓고 제멋대로 오해하기 일수라며 불만을 말한다. 비즈니스 상담에서 조차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특히 계약을 맺고 조건을 제시하는 것에 익숙치 못하다는 것이다.

「서로 돕자」라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을 시작할 때는 좋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다시 명확하게 협상을 하자」라는 뜻으로 했던 이 말에 대해 우리 쪽 기업에서는 「해줄 수 있는 일들은 (거의 무료로!)도와주겠지」라고 해석했던 것이다.

대화법은 실상은 사고방식에서 시작된다. 실리콘밸리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대화법을 익히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이지선 드림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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