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통일운동의 구심역할을 지향하는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3일 정식 출범한다. 민화협에는 자유총연맹이나 이북5도민회와 같은 보수단체와, 민족회의 민노총과 같은 진보 재야단체등 170여개의 정당·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게 된다. 진보와 보수의 뜻이 한데 모인 통일운동기구가 만들어지기는 건국이후 민화협이 처음이다.그러나 민화협의 의미있는 출발이 통일운동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북한측은 민화협을 관제 어용단체로 몰아세우며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이념과 의식성향을 달리해온 사람들의 결집체인지라 어떤 결론을 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특히 국가보안법의 존폐문제나 범민련 및 한총련의 참여문제에 대해선 좌·우로 의견이 갈려있다.
그렇다해도 민화협의 출범은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돼온 우리사회의 이념적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재야운동가인 조성우(趙誠宇) 집행위원장은 『진보와 보수의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지만 서로의 인식을 공유하려고 더욱 노력하고 있다』면서 『구성원 모두가 전체적인 균형을 염두에 두고있는 만큼 현실의 벽이 넘지못할 산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민화협 안에서는 김정일의 9·9절 주석취임식에 남측의 경축사절을 보내자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있었으나 진보쪽 인사들이 오히려 신중론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후문이다.
이정도라면 민화협은 이미 「작은 통일」을 이룬 셈인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서둘러 통일운동의 시간표를 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부의 통일된 의견을 집약해 가는 인내를 발휘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민화협의 작은통일이 「보혁갈등」으로 굴절되는 순간, 통일운동은 그 추진력을 단번에 잃을 수밖에 없다. 민화협은 지금 「새로운 화해」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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