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을 폐지하고 노동자가 정치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카를 마르크스가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함께 공산당선언을 발표한지 올해가 150주년이다. 금세기를 피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이 문서는 이제 역사의 유물일뿐 일반인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모두들 『그는 틀렸다』고 한마디씩 뱉어버리고 만다. 노동자의 나라를 표방했던 소련도 자기모순에 빠져 붕괴했고, 그의 이념을 착실히 실천하는 공산국가는 이제 지구상에 없다.■그런데 마르크스의 예언이 맞다며 다시 공산당선언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본주의의 양대축인 미국과 영국의 일부 경제학자들이다. 그들은 공산당선언중 『자본주의는 끝간데 없이 부(富)를 추구하고 끝내는 세계를 정복하고 말 것이며 그 결과 세계는 분열과 고통을 낳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을 들면서 150년전에 오늘의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감탄한다.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자본주의는 미국이 편의상 만들어놓은 「세계화」라는 구도아래 국경을 마구 허물어 버리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마치 한 생명체의 신경조직과 같아서 러시아 외환위기가 보여주듯이 어느 한 곳이 아프면 세계를 한바퀴 돌며 이 고통을 구석구석에 전달한다. 금융뿐 아니라 상품, 지식, 정보와 심지어 문화까지도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 사람들은 행복하지가 않다. 혼돈스러울 뿐이다. 헤지펀드라는 금융괴물은 마치 초원의 메뚜기떼처럼 한 나라를 초토화하고, 지식 정보화사회는 산업사회보다 더 빈부 격차를 벌려놓고 있다. 과잉경쟁으로 자원은 낭비되고, 민족마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다양성은 파괴된다. 공산주의의 실패와 함께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진 마르크스그의 처방은 틀렸지만 진단은 맞았던게 아닐까. 새로운 처방을 생각하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사람들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