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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예언/김수종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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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예언/김수종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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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을 폐지하고 노동자가 정치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카를 마르크스가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함께 공산당선언을 발표한지 올해가 150주년이다. 금세기를 피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이 문서는 이제 역사의 유물일뿐 일반인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모두들 『그는 틀렸다』고 한마디씩 뱉어버리고 만다. 노동자의 나라를 표방했던 소련도 자기모순에 빠져 붕괴했고, 그의 이념을 착실히 실천하는 공산국가는 이제 지구상에 없다.■그런데 마르크스의 예언이 맞다며 다시 공산당선언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본주의의 양대축인 미국과 영국의 일부 경제학자들이다. 그들은 공산당선언중 『자본주의는 끝간데 없이 부(富)를 추구하고 끝내는 세계를 정복하고 말 것이며 그 결과 세계는 분열과 고통을 낳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을 들면서 150년전에 오늘의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감탄한다.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자본주의는 미국이 편의상 만들어놓은 「세계화」라는 구도아래 국경을 마구 허물어 버리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마치 한 생명체의 신경조직과 같아서 러시아 외환위기가 보여주듯이 어느 한 곳이 아프면 세계를 한바퀴 돌며 이 고통을 구석구석에 전달한다. 금융뿐 아니라 상품, 지식, 정보와 심지어 문화까지도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 사람들은 행복하지가 않다. 혼돈스러울 뿐이다. 헤지펀드라는 금융괴물은 마치 초원의 메뚜기떼처럼 한 나라를 초토화하고, 지식 정보화사회는 산업사회보다 더 빈부 격차를 벌려놓고 있다. 과잉경쟁으로 자원은 낭비되고, 민족마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다양성은 파괴된다. 공산주의의 실패와 함께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진 마르크스­그의 처방은 틀렸지만 진단은 맞았던게 아닐까. 새로운 처방을 생각하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사람들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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