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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조 대학?/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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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조 대학?/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입력
199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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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부정입학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92년 무렵 동료 한 명이 우스개를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 안들이고 돈 버는 방법으로는 역시 교육이 최고라며 대학을 하나 세우겠단다. 교수들부터 돈을 받고 채용하고, 학생들도 돈을 받고 입학시키면 얼마나 짭짤하겠느냐고 했다. 대학이름도 지어두었단다. 일억조대학. 70년대를 풍미하던 곗꾼들의 단골모임장소에서 따온 이름이다.금품수수로 옷벗은 경찰이 달려든 곳이 교육현장이었다는 김영은씨사건을 보면 우스개가 우스개가 아닌 곳이 대한민국이다. 서울대총장이다, 펜클럽회장을 지낸 원로문인이다, 연루된 사람들 몇몇 때문에 호들갑을 떨다가 근본적인 문제는 다시 잠수해버리는 현실에서는 일억조대학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 소비자중심이 아니라 공급자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를 바가 없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한글을 전혀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물을 일러주는 알림장을 받아 적어야 한다. 교육은 학교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학교가 선포하고 나오는 셈이다. 게다가 학부모도 쩔쩔맬 만큼 초등학생때부터 준비물은 오죽 많고 까다로운가. 그래 놓고 어느 순간에 가서 학교 밖에서 받는 교육을 엄벌로 다스린다니 그런 법률이 지켜질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학생들을 훌륭한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인질삼아 어른들의 취업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극단론을 펴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제라도 작은 것부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지 않으면 이런 극단론이 일반화할 날도 멀지 않다.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마다 반장선거를 한다. 반장이 하는 일에는 떠드는 아이 이름 적기, 교사 대신 과제물 점검하기등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의 심성을 파괴할 수 있는 일들이 버젓이 들어 있다. 반장선출은 진정 민주주의교육을 위해서인지, 혹시 학교가 반장의 어버이를 필요로 해서는 아닌지부터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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