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인가, 눈치보기인가, 아니면 욕심인가. 미 직배사가 1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영화 배급을 맡았다. 월트 디즈니의 배급사인 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대표 김상일)가 「남자의 향기」(감독 장현수)를 12일 전국 60여개 극장에 개봉한다. 20세기폭스 코리아도 후반작업중인 「실락원」(감독 장길수)의 비디오 판권을 처음으로 샀다.브에나 비스타는 「남자의 향기」가 제작을 완료하고도, 국내 배급자들의 외면으로 극장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배급을 맡게 된 것. 이같은 시도에 대해 제작사와 배급사 모두 긍정적이다. 제작사인 두인컴은 무엇보다 시설이 좋은 극장을 많이 확보했고 배급과정의 투명성도 얻었다.
때마침 9월에 개봉할 마땅한 작품이 없는 브에나 비스타 역시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 자사 극장라인에 스크린쿼터의 부담까지 덜어주었다. 김상일 사장은 『앞으로 전문성을 살려 영세제작사들이 만든 좋은 영화의 국내 배급은 물론 해외 수출과 리메이크에 노력하겠다. 여건이 된다면 직배사가 독일처럼 한국영화제작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반자관계」임을 강조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직배사들의 직·간접 참여는 콜롬비아 트라이스타가 93년 「우리사랑 이대로」에 이어 이듬해 「서편제」 「화엄경」의 비디오판권을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콜롬비아 트라이스타는 이후 강우석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의 국내 배급을 제의했고, UIP코리아는 제작비 투자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영화사들의 거절로 모두 불발로 끝났다. 스크린쿼터제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들을 「동반자」아닌 한국영화시장까지 장악하려는 「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남자의 향기」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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