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안중근,이등박문을 쏘다’/제작의도 등 사전소개 했어야시청자들은 북한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소위 「문예영화」의 실체가 어떤지, 어떻게 제작되는지, 1년에 몇 편이 나오며 그 내용은 어떤지. 북한영화는 「이적표현물」이며 김일성 찬양일색이라는 말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규정과 평가는 유효하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1일 처음으로 북한영화「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를 방영했다. 밤 11시가 넘어 시작해 2시간이 넘는 2부작 장편인데도 7.6%의 시청률. 그만큼 호기심이 컸다. 79년 혁명연극을 각색한 영화는 1905년 을사늑약(乙巳勒約)부터 안중근의사가 만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당하는 1910년까지를 다루었다.
내용상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마지막 김일성에 대한 내레이션은 삭제했고, 요란한 음악과 비장한 목소리를 제외하면 특별히 사회주의냄새도 없었다. 그러나 영화학자들은 이 영화야말로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전형적 문예영화라고 말한다. 조희문 상명대 교수(영화학과)는 『차분히 보면 지도자는 무능하고 인민으로 대표되는 안중근과 그의 동료들은 민족의식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들이 발버둥쳐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위대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럼으로써 김일성의 당위성과 찬양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북한영화의 실태나 특성, 보는 방식부터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SBS는 사전 준비작업이나 설명 없이 남북화해와 동질성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뜬금없는 이벤트를 벌였다. 정부도 어떤 원칙 없이 단순히 몇 장면 자르고 방송하라는 식이었다. 북한영화에 대한 좌담이나 토론프로 하나 없이 영화만 내보낸 SBS와 가위질만으로 방송을 허락한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 모두 무책임하고 준비성이 없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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