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상공 지나가다니…/안보위기·배신감 팽배/수교 교섭 등 중단할듯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충격과 경악, 그리고 배신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포동 미사일은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탄착(彈着), 5년전 노동 미사일 발사 실험 때와는 강도가 판이하게 다르다. 일본 전역이 북한의 직접 사정권에 들게 된 것이다. 더욱이 탄착지점 확인과정에서 노출된 군사정보력 부재, 위기 대응능력 부족 등이 국민불안을 가중시키면서 일본은 경제위기에 안보위기까지 겹친 상황에 빠졌다.
북·일관계는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김정일(金正日)이 곧 국가주석에 취임하면 1년여 동안 별다른 소득없이 진행돼 온 국교정상화 교섭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해 왔다. 자민당 모리 요시로(森喜郞) 간사장은 『양국 국교정상화를 위해 식량문제, 납북 일본인 처 문제 등에 대해 우호적으로 대해 왔는데도 북한이 이같은 행위를 한 것은 배신』이라며 『어떤 의도를 갖고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이는 교전상태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무장관은 1일 국교정상화 교섭 중단 등 대북한 관계가 경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이 북한에 대해 직접적이고도 강도높은 제재를 가할 지는 불투명하다. 일본이 처한 군사적 상황과 동북아 안보, 북·일 관계개선 문제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국내의 심각한 안보위기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8월초부터 경계태세에 들어갔는데도 미사일 발사 사실을 미국측으로부터 뒤늦게 통보받은 점, 한국보다 5∼6시간이나 늦게 미사일의 태평양 탄착사실을 알게 된 점 등은 일본 안보망의 중대한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공침범 했나 안했나/‘영공은 고도 100여㎞까지’/탄착지점·속도 불명확해/아직 정확한 판단은 못해
북한의 대포동1호 미사일은 일본 영공을 침범했나 침범하지 않았나? 대포동1호가 일본 열도의 하늘을 지나 태평양에 탄착(彈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사일의 영공 침해 여부가 사태의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상공의 어디까지를 국가의 영공으로 인정한다는 국제법상의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도 31일 밤 「영공침범」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대포동1호의 탄착지점, 속도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사일의 고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방위청 가와지리 도오루(河尻融) 심의관은 『미사일이 대기권을 통과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영공침범에 대해 뭐라 답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영공의 범위 규정 문제는 50년대부터 논의돼 왔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영공은 대략 「인공위성이 가장 낮게 비행하는 고도 100여㎞까지」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우주공간의 자유로운 탐사 및 이용까지 영공규정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포동1호가 고도 100여㎞ 이내에서 일본 상공을 지났다면 영공침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얼마나 정확하게 고도를 파악할 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공해 위를 통과해 우주선을 대기권에 진입시켜 육상에 착륙시키고 있다. 또 『불필요한 제재는 만들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UN에서의 영공규정 도입 논의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도 미국이었다. 최근 수단 아프가니스탄 폭격시 항공기와 같은 고도를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을 사용, 영공침범 시비를 불러일으킨 것도 미국이었다. 북한은 이같은 애매하고 미비한 영공규정을 이용,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는 지도 모른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