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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무살을 울린 책’/김윤식·박완서·박재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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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무살을 울린 책’/김윤식·박완서·박재동 등

입력
1998.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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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인사 21명 생애 가장 큰영향 준책 소개『염색한 군복과 커다란 군화를 끌던 나의 대학생활은 다만 젊다는 것, 그것 하나만이 전재산이었을 따름. 외로웠을 뿐이었다. 어느 날 청계천의 시커먼 물과 쓰레기와 오물 속 고서점에서 낡은 책을 한 권 샀다. 「지상의 양식」일역판이었다. 이 책을 읽고 흥분했던 기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마 한국에서 가장 소설을 많이 읽는 평론가 김윤식(62) 서울대 교수. 그가 40년 넘게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책 한 권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다. 「누구나 인생이 동터오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는 프랑스작가 장 그르니에의 말처럼, 한 젊음의 방향을 결정지어주는 책 한 권이 있게 마련이다.

「내 스무 살을 울린 책」(작가정신 발행)은 문화계인사 21명이 자신의 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소개한 글모음이다. 시인 정호승(48)씨는 「서정주시선」을 비슷한 크기의 공책에, 시뿐 아니라 판권의 조판모양까지 그대로 베끼며 시를 배웠다. 만화가 박재동(46)씨는 스물세살 적 『뭣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노』라는 스님의 물음을 화두로 잡고 읽은 불교경전 「숫타니파아타」를 소개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36)씨는 김수영 시인을 『일탈과 저항을 꿈꾸게 한 70년대의 서태지』였다며 유신시대 막바지에 읽은 「김수영산문집」을 꼽았다. 작가 박완서 이오덕 마광수씨, 이해인 수녀, 홍사덕 의원, 환경운동가 최열씨, 건축가 김석철씨등이 털어놓는 한 권의 책에 얽힌 사연과 감동이 생생하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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