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슬픔과 현실 시로… 르포로… 계간지마다 아픔담아서울역이 변한다. 서소문공원도 장충단공원도, 종묘공원도 을지로지하도도 변한다. 노숙자들의 삶터로, 잠자리로 변하고 있다. 그 변화를 최근의 우리 문학은 안타깝게 담아내고 있다.
「쓰다 버린 것들 남은 것들이 모두 이 곳에 와서 모여 있다/…/버린 것들은 버린 것들끼리 술판을 벌이고 남은 것들은 남은 것들끼리 싸움판을 벌여 광장에 작은 지도가 만들어진다, 비에 젖은 눈물에 젖은 이 나라의 지도가」. 신경림시인은 계간 「작가세계」가을호에 발표한 신작 「비에 젖는 서울역」에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역 노숙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홍신선 시인은 늙은 노숙자의 삶과 대조적으로 그 정반대편에 사이버 성담론이 난무하는 현실을 계간 「문학과 의식」가을호의 「벚꽃 두 章(장)」이라는 시에 담았다. 「장충단공원 무료급식소 앞 몇십 년 묵은 벚나무에는/…/시장골목 난전의 인산인해처럼 뜬/성/담론들//배식 끝내고 철수한/개숫물 자리엔/밥알 찌꺼기처럼 두셋 흩어진/평지낙상에 골반 망가진 낙화들/집 나온 늙은이들」. 또 젊은 시인 김우현씨는 「문예중앙」가을호에 발표한 「서소문공원」에서 노숙자들의 모습을 통해 IMF시대 우리 사회의 죄를 대속(代贖)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떠올린다. 「그의 눈빛이 허옇게/식은 해를 닮아갔다/푸른 나뭇잎에서도 소주냄새가 거나했다/…//이 세월,/소신공양이 끝나고 나면/길고 어두운 평화가/젖은 불빛을 끌고 올 것이다」.
이원규 시인은 「창작과 비평」가을호에 현장르포 「노숙자, 그 무적(無籍)의 비둘기떼」를 실었다. 노숙자들과 며칠을 생활하고 쓴 글이다. 『함께 다니는 가족들을 볼 때, 비올 때, 아플 때, 아침에 눈뜰 때는 집에 가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강원도 황지 출신 김씨」의 말을 전하는 글은 노숙자들의 실상을 눈물겹게 보여준다. 소설가 임영태씨도 3박4일동안 서울역앞 지하도 등지에서 그들과 함께 한 르포 「나는 지금 노숙하러 간다」를 「문예중앙」에 발표했다. 임씨는 이렇게 말한다. 『거기 누구도 길바닥에서 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아침에 일어나 은박깔개를 말아 접을 때마다 오늘은 제발 뭔가 다른 일이 생겨주기를 그들은 기다린다. 이 슬픈 사람들을 어찌할 것인가』<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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