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광주화단의 현대미술 껴안기남도 산수화, 임직순과 오지호가 이끈 인상파 회화운동에서 알 수 있듯이 호남화단의 전통은 뿌리가 깊다. 예향 남도라는 말은 공연히 나온 게 아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이런 전통은 현대미술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제 현대미술전인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광주의 작가들에게도 현대성의 수용문제는 타지역 작가보다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60년대 앵포르멜(Informal·비정형추상) 대표작가였던 정영렬(鄭永烈) 화백이 간암으로 세상을 뜬 것은 88년 1월20일. 광주시립미술관(0625217556)이 그의 10주기를 맞아 3∼27일 회고전을 마련한다. 현대미술을 자기 것으로 껴안으려는 광주화단의 시도라고 보아도 좋겠다.
1935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씨는 홍익대 미대를 마치고 일찌감치 추상미술의 세례를 받았다. 62∼64년 전위적 미술집단인 「악뛰엘」의 총무를 지냈고, 64년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60년대 말 우리 화단에 나타난 「오브제미술」, 70년대 중반 「옵티컬 추상」 등 다양한 미술사조의 흐름을 흡수한 정씨는 이후 말년작 「적멸」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부단히 추상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가 남긴 업적 중 하나는 서양화가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종이의 질료적 특성에 눈을 떴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리는 단순한 바탕으로서의 종이가 아니라 종이 자체의 조형적 가능성에 눈을 뜬 그는 80년 초반 종이작업에 몰두, 83년 동산방화랑 전시 이후 500여점에 이르는 종이작품을 남겼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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