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플레 정책 써라/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플레 정책 써라/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입력
1998.09.01 00:00
0 0

성장 고용 수출등 국내경기가 심각한 불황국면에 들어서고 러시아의 지불유예선언등 국제경기도 급랭하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경기논쟁(景氣論爭)이 가열되고 있다. 한쪽의 주장은 돈을 풀어 적자재정으로 공공사업을 벌여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쪽의 주장은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현재의 상황에서는 돈을 풀어 인플레정책을 써야 한다. 그러나 그 돈은 직접적인 경기부양 목적으로 투입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 경기는 그러한 구조조정의 원활한 진행을 통해 자생적으로 살아나도록 해야 하며 이에 따른 다소의 인플레는 감수해야 한다. 왜 그런가. 먼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은 경기순환적 현상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거쳐야만 극복될 수 있는 구조적인 것이며 불황의 증상과 병인(病因)에 있어서는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치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화증발에 의한 경기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돈을 찍어 대규모 공사판을 벌이고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이른바 「뉴딜정책」은 민간의 과소소비와 과소투자때문에 생긴 수요부족 불경기의 치유책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경제위기는 이와 반대로 과대소비 과대투자 그리고 부채에 의한 과대성장때문에 생긴 것이다. 현재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고 매기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현 경제위기의 본원적인 원인이 아니라 경제위기를 치유하기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결과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돈을 찍어 소비와 투자를 일으키려 하면 경기에 반짝효과는 있겠지만 우리경제를 위기시발(危機始發)의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돈을 과감하게 풀고 필요하다면 인플레를 감수하자는 것인가. 그것은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돈을 찍어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회생하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구조조정에 성공해야 하는데 구조조정에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120조원에 이르는 금융부실채권을 정리하여 금융개혁을 마무리하는 일과 20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 생계대책이다. 지금 우리경제가 계속 수렁에 빠지고 있는 것은 금융부실채권과 실업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가지는 현 경제위기의 뇌관이며 이 문제해결에는 과감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들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에는 세금(국내외 채권 발행포함)에 의한 것과 발권에 의한 것이 있다. 세금을 더 거두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모자라는 것은 돈을 찍어 쓰자는 것이다. 돈을 찍어 금융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금융부실문제를 해결하면 자금순환이 정상화하고 구조조정이 진행됨에따라 경기는 자생적으로 풀려나갈 것인데 이것이 바람직한 경기대책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돈을 풀어도 당장 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시중의 매기(買氣)는 얼어붙어 있다. 그뿐아니라 한국은행이 돈을 시중은행에 내보내도 그 자금이 시중에 대출되지 않고 한국은행에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 15% 수준까지의 인플레는 기꺼이 받아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우리는 실업과 인플레 가운데 하나를 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도 실업보다는 인플레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인플레에서는 기업의 부채를 탕감시켜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