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279명, 실종 56명등 인명피해 335명. 이재민 2만2,850가구에 7만339명. 재산피해 1조5,320억여원.재해대책본부가 최종발표한 7월31일부터 8월1일사이 지리산 일대에 쏟아진 기습폭우와 8월5일부터 8월18일사이 전국에 내린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및 재산피해 규모다. 가히 재앙에 비견되는 피해가 아닐 수 없다.
재산피해만 따져봐도 새로 짓겠다, 말겠다고 정부의 방침이 오락가락했던 월드컵전용 축구장 8개를 지을수 있는 엄청난 액수다. 서울 상암동에 짓기로 한 축구전용구장(2,000억원)을 기준으로 해서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에 우리가 한해에 이만한 재난비용을 치러야 한다니 답답하기만 하다.
기상전문가들은 올 가을과 겨울은 물론 내년에도 형태는 다를지 모르지만 기상이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지구전체의 에너지가 균형을 되찾기위해 강하게 요동치는 과정에서 자연재난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올 가을 때이른 추위에다 폭설 그리고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고 이미 예고했다.
유력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도 이같은 기상이변을 가정해 위기관리채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해에 대해 막연히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안이한 발상에서 탈피, 「재해는 반드시 온다」는 가정하에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비책은 과연 믿을만한 수준인지 의심스럽다. 허술한 재난방지체계, 사전예방보다 복구에 치우친 행정, 국민의 안전불감증 등은 전과 달라진게 없다. 이러고서야 언제 또 어떤 엄청난 재난을 당할 지 모를 일이다.
관리들은 흔히 재해대비 후진국에서 벗어나는 길은 재난에 대비한 투자에 달려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투자가 재해를 예방하는 수단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만난 서울시 한 간부는 지난 5월 서울시 지하철7호선 태릉역 침수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이번 집중호우로 서울시내 지하시설물들은 모조리 침수됐을 것이라고 소름끼치는 말을 했다.
당시 중랑천이 범람하면서 태릉역 부근 지하철공사장 물막이벽을 물이 넘어와 태릉역 인근 역들이 물에 잠긴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70여년만에 맞은 지난번 홍수에 10년주기 홍수에 대비해 설치된 지하시설물은 여지없이 잠기고 말았을 것이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으리란 것이다.
수재무방비상태의 지하시설물을 지하철7호선 사고후 서울시가 부랴부랴 공사장은 물막이둑을 보강하고, 지하철에는 연결통로 차단벽을 설치하고 환기구 밀봉, 출입구 주변 모래주머니 쌓기 등 보강작업을 해 그나마 피해를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지난 7월과 8월 엄청난 대가를 치른 홍수의 교훈을 정부는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고귀한 인명과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으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백서(白書)으로 만들어 두고두고 전해야 한다.
때마침 서울시는 수해대책 시나리오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수해가 발생하면 지역별 시간대별 상황변화에 따라 취해야 할 대책을 체계적으로 담은 수해대책 시나리오를 만들어 행정관청이 이행토록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재난관리청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고 재난관리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함께 재난의 실상과 극복 경험 등을 자세히 기록해 전함으로써 교훈을 삼게 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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