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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공황은 오는가/尹永寬 서울대 교수·국제정치경제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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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공황은 오는가/尹永寬 서울대 교수·국제정치경제학(특별기고)

입력
1998.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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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위기가 심각하다. 옐친은 7년전부터 기업의 사유화, 무역 자유화, 경제제도 정비등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추구해왔다.그러나 시장경제의 제도적인 틀을 갖추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경제체제의 전환 과정에서 권력과 유착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신흥 자본가 집단들이 문제였다. 이들은 시장논리로 스스로를 단련시키려 하기보다는 막강한 재력과 커넥션을 이용하여 공식적인 국가기관들을 포획하고 개혁에 저항해왔다. 제도를 뒷받침해줄, 경제주체들의 행위양식의 개혁이 없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실각된 키리옌코 총리는 엄청난 재정적자를 줄이기위해 세제를 개혁하고, 적자 기업들, 그리고 달러를 빌려와 정부채권시장에 투기하다가 파산지경에 이른 은행들을 시장원칙에 따라 파산시키려 했다.

그러자 베레조프스키(로고바자그룹회장)를 위시한 신흥재벌들은 극력 반대했고, 결국은 체르노미르딘으로 총리를 교체하도록 해버렸다. 그만큼 옐친의 위상은 이미 약화되었고 개혁세력들은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심지어 옐친 스스로도 96년 선거때 베레조프스키로부터 자금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러시아 경제에 대해 신뢰를 잃은 외국자본들이 철수하면서 환율은 급등하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파국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제 더 큰 문제는 러시아 경제위기가 세계경제에 공황의 불길한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경제위기만 하더라도 위기의 파장이 국지적인 차원에 그쳤고 미국과 유럽경제는 비교적 활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이후 미국과 유럽의 주식가격은 연일 폭락했다. 지난주말 현재 세계 원자재시장에서 17개 주요 원자재 품목의 가격이 77년이래 최저치를 기록하였고 금가격도 온스당 273.40달러로 최근 19년이래 최저가격을 기록했다. 러시아 위기로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된 국제자본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활력을 되찾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온 동아시아, 동구, 중남미등의 신흥시장에의 자본투자를 기피해가고 있는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의 위기가 이제 브라질, 멕시코등 중남미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JP 모건사는 내년도 브라질 경제는 세계금융시장의 위기때문에 상당한 정도로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라질은 내년도에 경상수지적자와 기존의 채무이행 때문에 400억 내지 500억달러의 대외지급 의무를 지게될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위기로 유럽경제가 큰 영향을 받게 된 것처럼, 중남미로 금융위기 불길이 옮겨가면 미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일본경제가 침체를 계속하여 환율이 160엔대를 넘어서고, 그동안 참아왔던 중국이 평가절하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세계공황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올해의 성장률을 8%에서 4∼5%로 내려잡고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공황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위기가 브라질, 멕시코, 중국으로 확산되기 이전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선 스스로 이제까지 국내경제 위주로 반인플레정책을 채택해온 것을 이제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을 고려하여 반(反)디플레, 저이자율 정책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것이다. 더나아가 유럽국가들과도 협력하여 이자율의 동반 하락을 유도해야할 것이다. 그러면 개도국 시장으로 부족한 유동성이 흘러들어갈 것이고, 이에 힘입어 개도국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개인적인 스캔들로 정치적인 타격을 입은 클린턴 행정부가 국내의 보호무역론자, 의회의 강경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자율 하락과 내수확대 정책으로 세계경제가 활력을 되찾도록 견인차 역할을 해낼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경제는 정말 어려운 위기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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