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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법정관리인 사사건건 이견/기아 유찰 왜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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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법정관리인 사사건건 이견/기아 유찰 왜 일어났나

입력
1998.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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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조속처리” 일정 압박 책임/재입찰에도 심각한 영향 미칠듯환난의 단초였던 기아문제가 유찰로 다시 원점 회귀함으로써 한국경제 주체들의 구조조정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기아사태의 유찰이 정부와 채권단, 기아법정관리인 등 관계당국과 당사자들의 안일한 대처와 문제해결 능력부족 때문이라는 데 있다. 특히 입찰원칙 상실과 시간부족에 따른 졸속으로 인해 공정성과 투명성에 큰 흠집을 낸 것은 향후 재입찰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판혼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당사자간의 반목과 이견은 유찰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입찰의 주체인 유종렬(柳鍾烈) 기아법정관리인과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부채탕감 규모, 낙찰자 선정방법 등 입찰의 관건이 되는 중요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이견을 보였다.

특히 채권단은 입찰주체인 유관리인을 제치고 여러차례에 걸쳐 입찰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유찰의 책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채권단은 응찰업체들의 추가부채탕감 요구는 분명히 입찰규정상 낙찰자격 박탈 사유에 해당한다는 기아입찰사무국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응찰업체들에게 부대조건 철회를 요청함으로써 불공정 시비를 자초했다. 채권단 대표인 산은은 2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자청, 기아입찰을 발표하는 등 입찰에 적극 개입했으나 기아처리의 관건이었던 부채탕감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부채가 13조원에 달하는 기아처리를 지나치게 낙관한 점, 입찰희망업체들이 아시아자동차를 부담스러워함에도 불구하고 동시입찰을 강행한 점 등도 채권단 몫의 책임이다.

기아처리의 최종 책임과 권한을 지닌 유관리인도 상황대처능력이 부족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입찰과정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칼자루」를 쥐고 있는 채권단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관리인은 『채권단이 주장하는 부채탕감 조건으로는 기아가 유찰될 수 밖에 없다』고 공언하면서도 세부적인 입찰절차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채권단의 간섭을 막아내는데 역부족이었다.

정부측도 기아의 조속한 처리라는 원칙만으로 일정을 압박, 무리수를 낳았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 기아처리가 국제입찰로 가닥잡은 것은 6월말이었고, 입찰의 관건인 부채탕감규모가 채권단으로부터 제시된 것은 입찰공고후 12일후인 입찰서류 제출시한을 불과 20여일 앞둔 7월27일이었다. 그 결과 입찰사무국은 입찰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입찰준비와 입찰절차를 병행해야 했고 응찰업체들 역시 컨소시엄구성 등 입찰준비에 애를 먹었다.

입찰대행기관측도 당초 입찰공고문에 부대조건 요구시 주어지는 불이익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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