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友敵지도/조재용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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友敵지도/조재용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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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교근공(遠郊近攻)은 먼 나라와 친교를 맺어 두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는 중국 전국시대의 병술이자 외교정책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역시 고대 중국에서 나온 병법 개념이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말 뜻대로 이 나라의 힘으로 저 나라를 쳐 제압한다는 전술이다. 또는 「친구의 친구는 친구, 친구의 적은 적, 적의 적은 친구」라는 식의 우적(友敵)개념도 외교나 병술의 편가르기 원리이다. 모두가 난세의 생존과 치세를 위한 지략들이다.■복잡한 환경에서 자신과 주변을 보다 명확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런 지략들은 유용하다. 협력상대와 대립상대가 분명하게 정리되고 판을 조망, 관리하기도 용이할 것이다. 난국의 한가운데에 처해 있는 우리사회 제세력의 우적관계를 따져 본다면 어떤 그림이 될까. 개혁의 주체와 대상이 혼재돼 있고, 구체제의 파괴와 신질서의 형성이 동시다발중인 판이라서 선을 그어 지도를 그리기가 쉽지가 않다.

■얼마전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분규에서 드러난 우적관계를 돌아보자. 대다수 언론은 정치권과 정부의 개입으로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정부측을 비판했다. 재벌세력은 노조쪽의 입장이 우세하게 강요된 타협이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는데 이는 언론의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재벌은 평소 언론으로부터 개혁대상으로 질타되며 빅딜등 구조조정을 놓고 정부와는 긴장관계다. 그런가하면 재벌에 대립적인 노동계는 정부에도 불만이다.

■현대사태에 대해 야당은 당연히 여권을 공격한다. 여기서 재벌과 야당은 같은 입장이지만 노동자문제에서 야당은 재벌과 거리를 둔다. 야당과 정부는 대립관계지만,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향해 국회죽이기의 여론몰이를 한다고 퍼붓는 것도 야당이다. 그러나 여야는 정치권으로 싸잡혀 국민의 원성을 듣고 언론은 때로 개혁의 저항세력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여야 정치권, 정부, 재벌, 노조, 언론 등은 물고 물리는 사이들로 이들의 우적관계는 단선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잣대도 적절치가 않은 어지러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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