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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개혁을 죽이는가/홍선근 경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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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개혁을 죽이는가/홍선근 경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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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회는 개혁의 리스크로부터 도망쳤다. 대주주들의 돈빼먹기로 부실화한 한남투신은 시장의 힘에 의해 퇴출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금감위는 한남투신을 청산하는 대신 대한투신에 인수시키려고 했다. 대한투신이 거부하자 투신사들에 대한 무기한 실태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건 개혁이 아니다. 대한투신은 자기고객을 위해서도 동반부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통화와 금리정책은 더 이상 재정경제부의 업무가 아니다.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 업무가 됐는데도 재경부가 종전처럼 금리와 통화를 다루고 있다. 재경부의 수뇌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구태다.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는 한은도 문제다. 이건 새 시스템을 위한 개혁이 아니다.

상업 한일은행의 합병은 사실상 강제결혼이다. 합병추진위원회(위원장 박영철 고려대 교수)는 단순 중매쟁이가 아니라 강제결혼의 집행관처럼 보인다. 두 은행에 의해서 구성된 조직인데도 거꾸로 「점령군이라도 되느냐」는 반발을 샀다. 정부 의도대로 짜맞춰진 합병을 해선 안된다. 은행 임원수를 줄이랬더니 기득권을 더 누린 고참들은 두고 힘없는 신참들만 잘랐다. 거꾸로 가는 이건, 개혁이 아니다. 클라이맥스는 역시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벌어진 일이다. 단합이 아니라 담합에 가까운 식으로 사태가 마무리되고 나서 얼마뒤 노무현 의원은 『갈등조정은 원래 정치의 임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의 조정과 타협, 그건 호시절 얘기다. 지금은 타협이 아니라 원칙이 중요한 위기의 시대이다.

개혁은 죽었다. 누가 개혁을 죽였는가. 흔히들 현대자동차 사태에서처럼 근로자를 탓한다든가 물러나지 않으려는 은행원, 돈과 사업을 지키려는 재벌 등을 지목한다. 아니다. 그건 핑계다. 개혁을 죽인 쪽은 이들이 아니라 바로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 개혁주도세력이다. 현 정부내에서 10여명 안팎에 이를 핵심세력의 잘못된 판단과 우유부단, 원칙을 정면으로 밀고 나가지 못하는 어정쩡함이 바로 개혁을 죽이는 독약(毒藥)이다.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스스로 이러한 내부의 독약부터 제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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