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지만 정말 희망이 없는 시대일까.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정착한 70년대 중반의 한국은 아직 분위기가 어둡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한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나는 재래시장에서 상인들끼리 또는 상인과 손님간의 싸움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싸움이 커지면 멱살을 잡거나 치고받기까지 했다. 심지어 아줌마들까지 그랬다.
그런데 싸우던 두 사람이 다음날 친하게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인 친구는 『싸움을 하면 더욱 친해진다』고 나의 의문에 답해주었지만 내게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워질 뿐이었다.
어느 봄날 김치거리를 사러 한국친구와 시장에 갔다. 야채가게 주인은 『이 배추는 심지가 없다』고 자랑했지만 집에 와서 잘라보니 절반은 쓰지못할 배추였다. 나는 배신감을 느끼고 다시는 그 가게에 안 가겠다고 결심했다. 다음에 시장을 갈때 그 한국친구가 그 가게에 다시 가려고 해서 나는 말렸다. 그러자 친구는 『전에 안좋은 배추를 줬기 때문에 이번엔 좋은 배추를 주고 저번 일까지 생각해서 서비스를 해줄 것』이라며 그 야채가게에 가서 불만을 말한뒤 다시 배추를 샀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큰 발견을 했다.
「한국인들은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무슨 일이 있어도 변치않는 양심이 있다는 것을 서로 믿고 살고 있는 것이구나」는 것이다. 일본에서 생활할 때는 못느꼈던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었다.
그때보다는 경제적으로 성장해서 생활수준이 오르고 외국에 있는 물건은 대부분 국산품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무엇인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간의 따뜻함이 흐려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되는 요즘이다. IMF이후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금모으기 운동이나 수재민 돕기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옛날 그 따뜻한 마음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쉐라톤워커힐호텔 일본 담당 매니저>쉐라톤워커힐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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