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선물 보따리’ 가벼울듯/“러 경제 위해 더이상 할일없다” 판단/개혁촉구 외에 별다른 지원 힘들어/‘실세’ 체르노미르딘 회동결과 더 주목다음달 1∼2일 모스크바에서 일곱번째 대면하게 되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수렁에 빠진 러시아경제에 관한 얘기뿐일 것 같다.
지난해 3월 헬싱키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 때만 해도 전략무기협정에 대해 논의하는 등 제법 강대국끼리의 만남이라는 모양새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2일)은 러시아의 자본주의 경제를 사실상 지탱해 준 국제적인 후원자, 그리고 더이상 헤어날 길이 없는 지경에 이른 파산자와의 만남이다.
문제는 클린턴의 선물보따리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7년간 미국은 선진 7개국(G7)등 서방세계를 독려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진두지휘해 왔지만 현상황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격이다. 23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의 신인도가 회복되기는커녕 루블화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 러시아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부담이 있을 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러시아 경제를 살리기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클린턴이 할 수 있는 일은 러시아의 강력한 개혁을 재차 촉구하는 것 뿐일 것이다. 옐친은 부분적인 통제경제로의 회귀 등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 지원을 요청하는 식으로 얘기를 풀어나갈 전망이다.
러시아의 자본주의 경제체제 유지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미국은 IMF 등이 제시한 개혁프로그램을 과감히 이행하라는 주문을 할 것이고, 러시아는 단기적으로나마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워싱턴 정가에서는 클린턴과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의 만남을 주목하고 있다. 옐친의 국내정치적 기반이 와해되고 있는 가운데 「실세 」로 떠오르고 있는 체르노미르딘과의 회담이 사실상 정상회담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 클린턴이 체르노미르딘을 통해 러시아의 국가 두마(하원)를 지배하고 있는 공산당과 향후 러시아 정국에 대한 책임있는 간접대화를 가질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러시아 공산당이 극력반대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 코소보 사태에의 NATO 개입, 전략무기협정 등 사안에 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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