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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쌀 수급 내년이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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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쌀 수급 내년이 고비다

입력
1998.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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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확 호우탓 감소 불구 최근 2년간 대풍 재고 넉넉/내년에도 작황 부진할땐 이후 어려운 상황 맞을수도국내 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일조량이 부족하고 병충해도 많은데다 집중호우 피해까지 겹쳐 올 쌀 작황이 지난해 수준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2년간의 풍작으로 재고가 넉넉해 당장 쌀 부족사태가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상재앙으로 국제 곡물수급이 불안해지고, 우리나라도 기상이변의 영향권에 들어 있어 내년 이후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에따라 쌀 자급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집중호우에 병충해까지

이달초 집중호우로 벼 논이 9만778㏊침수됐다. 이중 7,000㏊가 완전유실돼 수확이 불가능해졌고, 나머지 침수된 논역시 수확이 10∼20%가 줄 것으로 보인다. 집중호우에 따른 쌀 생산 차질만 60만∼70만섬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100∼150시간 부족한 일조량도 적신호. 벼멸구 피해면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가량 늘어난 13만㏊가까이 된다. 9월 기상이 나쁘거나 병충해 방제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내년이 문제

농림부는 일단 올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쌀 생산 목표는 지난해(3,784만섬)보다 낮은 3,394만섬. 농림부는 96, 97년 최대 풍작이 기상조건이 좋았던 때문이어서 엘리뇨 영향 등을 예상, 낮춰 잡았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 등을 감안하더라도 태풍 등 추가적인 악재가 없는 한 올해 쌀 생산은 최소한 3,300만섬을 넘고, 재고도 745만섬에 달해 수요를 맞출 것으로 농림부는 분석하고 있다.

관심은 내년이후다. 농림부 관계자는 『올해 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내년이후의 국내 식량수급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절대 생산액이 지난해보다 줄어 재고 증가율이 둔화하고, 내년 역시 쌀 작황이 부진할 경우 이후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쌀 직불제 시급

기상재앙이 잇따르면서 식량 수입국들은 식량위기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도는 지난해 쌀만 105%에 달했을 뿐 보리 밀 등 나머지가 저조해 평균 30.4%에 불과했다. 때문에 식용과 가공용을 포함해 1,400만톤의 곡물을 수입했다.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위기에 대비, 주곡(쌀)을 550만∼580만섬 가량 비축토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축량은 이보다 높아야 한다는 게 농림부의 판단이다. 북한의 곡물부족규모가 250만∼350만톤으로 추정되는데다 곡물자급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쌀 생산이 줄 경우 내년 재고량은 FAO 권고치를 밑돌 수 있다.

이에따라 쌀 생산규모에 따라 일정액을 농가에 지원하는 「쌀 직불제」, 쌀 비축량이 연간 소비량의 10%(350만섬) 밑으로 내려갈 때 수입 등으로 무조건 이 수준을 유지하는 「최저비축제」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정희경 기자>

◎전문가 기고/‘비상식량기구’ 상설화를/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농업경제학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겪으면서 우리는 국제사회의 냉정함을 깊이 체험할 수 있다. 맹방이라 알고 있던 미국과 일본은 물론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우리가 어려울 때, 언제든지 무조건 도와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눈으로 똑똑히 보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생각할때 만약 우리가 식량(식품)마저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지금의 금융위기보다도 몇배나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위기를 겪게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의 식량사정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과 재고 부족으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국내 식량사정도 낙관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금년의 홍수로 쌀 생산이 20%정도 감소한 3,300만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어 쌀 수급에 비상이 걸려있고, 쌀을 제외한 사료곡물의 자급율은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상황하에서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식량대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첫째, 민간전문가와 범정부가 참여하는 「비상 식량위기 관리기구」의 상설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기구는 식량전문가는 물론 기상전문가, 정보기관, 농림부, 예산청 등이 참여, 식량대란에 대처하는 상설기구를 의미한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변화가 각국의 농작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세계 곡물시장의 가격 및 수급상황을 정밀 분석하여 비상식량 및 자금의 확보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둘째, 지구상의 기상이변과 국제 곡물시장구조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혹자는 식량이야 꼭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더라도 돈(외화)만 있으면 언제든지 국내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사다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여건이라는 것이 언제든지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돈만 있으면」이라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세계경제의 장기불황구조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언제든지, 국내가격보다 싼 가격으로」라는 가정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고부족 및 가격폭등조짐을 볼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셋째, 식량안보에 관한 정부부처간 합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농림부는 식량안보의 급박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타 부처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종합적이고 강력한 대안이 제시될 수 없을 것이다.

넷째, 현재까지 유지·관리되고 있는 농지의 전용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하며, 대규모 간척사업에 의해 조성된 농지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 이는 정치적·경제적 논리 이전에 민족의 장래와 지속적 성장을 위한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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