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구소련 엘리트 출신/7∼10명 독과점 자본가들/혼란기 틈타 은행·부동산 축재/모라토리엄 선언·총리경질 등 정경유착통해 국가 ‘막후경영’러시아를 정치·경제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도,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도 아니다. 러시아 언론들은 대부분 보리스 베레조프스키(52)를 중심으로 한 일부 소수의 금융·산업 마피아라고 분석한다.
베레조프스키는 구소련 시절 중고자동차 딜러를 하면서 자본을 축적,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자 잽싸게 각종 사업에 뛰어들면서 엄청난 부를 쌓아갔다. 그는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와 ORT 텔레비젼방송국 등 언론사를 비롯해 은행 석유 항공 자동차등 「로고바자」그룹을 이끌고 있다. 96년 대선때 수억달러를 기부하는 등 옐친의 재정후원자였으며 이때의 공로로 국가안보회의 부서기직을 맡기도 했다. 그는 올 3월 옐친이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 등 개혁세력의 조언에 따라 세르게이 키리옌코를 총리에 앉히자 5개월만에 그를 몰아내고 금융·산업 자본가 그룹들에게 호의적인 보수주의자 체르노미르딘을 다시 앉혔다. 키리옌코가 시장경제체제의 걸림돌을 금융·산업부분의 독점체제라고 판단, 개혁하려 하자 거꾸로 그를 제거한 것이다. 러시아의 경제지 코메르산트 데일리는 그를 제정 러시아시대의 괴승 「라스푸틴」과 같은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막강한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은 자신과 함께 운명을 같이하는 7∼10명의 금융·산업 독과점 자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구소련시절 공산당 엘리트 출신이며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에 이미 상당한 기반을 구축, 소련이 러시아로 바뀌는 혼란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거부가 됐다. 이들은 최소 1∼2개의 은행은 물론 부동산 등을 비롯, 석유 화학 자동차 회사 등 덩치 큰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로는 청년공산당조직인 콤소몰출신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35), 모스트그룹의 블라디미르 구신스키(45), 소련대외무역부 관료출신의 블라디미르 포타닌(37), 은행과 부동산계의 거물 알렉산데르 스몰렌스키(44)등.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베레조프스키가 대부격이다.
이들은 정부의 돈을 빌려 국영기업을 인수하고 정부보증으로 외국차관을 들여와 은행에서 「돈놀이」를 하는 등 정경유착을 통해 러시아를 좌지우지해왔다. 「원시자본주의」형태의 부를 일군 이들은 개혁파들의 공세에 맞서 사실상 「자본에 의한 쿠데타」를 한 셈이다. 부실 은행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단기부채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게 만든 것도 이들이며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막대한 달러를 보유, 루블화의 평가절하에도 오히려 이득을 본 세력도 이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리인격인 체르노미르딘을 내세워 공산당과 민족주의 세력간의 연합을 모색하고 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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