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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부부자장면’/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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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부부자장면’/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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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근린공원 옆에 어느날 30대 중반의 부부가 포장마차를 끌고 나타났다. 부부의 얼굴이 해맑고 몸가짐이 단정한 것으로 봐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IMF사태로 실직을 한 것 같았다. 이것은 그들이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굴을 붉히고 아주 쑥스러워 하는 것에서 금방 알 수 있었다. 부모의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알 리 없는 두 아이들은 신이 나서 포장마차 주위를 뛰어 돌아다녔다.■오후 4시반께부터 장사를 시작하는 이 포장마차는 자장면과 우동만 판다. 이른 저녁을 먹고 공원에 나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돌아가는 주민들이 주 고객이다. 출출한 때 구수한 자장면 냄새를 맡으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이러한 노림이 적중, 제법 많은 주민들이 이를 이용한다. 비라도 와서 포장마차가 보이지 않으면 주민들이 오히려 젊은 부부를 걱정할 만큼 눈에 익은 풍경이 됐다.

■점차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용기를 얻었기 때문인지 젊은 부부는 포장마차에 「앗! IMF 부부자장면, 한번 드셔보시라니까요」하는 유머러스한 간판까지 내걸었다. 「IMF 부부자장면」은 IMF로 실직한 부부가 만드는 자장면이란 뜻이겠지만, 수입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2,000원인 자장면과 2,500원 하는 우동을 매일 30그릇씩 팔아도 월 매상고는 200만원 정도로, 원가와 비가 와 공치는 날을 제하면 수입은 뻔하다.

■실업률이 7.6%에 실업자는 166만1,00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31년 7개월만의 기록이라고 한다. 부푼 가슴을 안고 사회로 나서야 할 대학졸업생들도 갈 곳이 없어 「실업세대」란 말까지 생겨났다. 사회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가라앉아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처럼 뭐 하나 밝은 뉴스가 없는 상황에서 IMF 부부자장면으로 하루하루 웃음을 되찾아 가는 젊은 「IMF부부」와 매일 저녁 만나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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