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붕괴 우려 힘실어줘/‘포스트 옐친’도 본격 거론미국은 27일 다음달 1일로 잡힌 클린턴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실정 속에 야당으로부터 강력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옐친을 일단 끌어안는 모양새를 보여준 것이다. 옐친의 사임설에 대해 미국 관리들은 일체 논평을 하지 않았지만 미러 정상회담이 옐친 대통령에게 국내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옐친의 정치리더십이 의심받고 있는 사태가 자칫 러시아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면 미국도 옐친을 버릴 수 밖에 없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겨우 뿌리를 내린 러시아의 자본주의 체제가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안보적으로도 핵탄두를 1만개 갖고 있는 러시아의 불안정한 정치체제는 미국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 문제에 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벌써부터 「포스트 옐친」을 거론하는 등 워싱턴의 바뀌어가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미행정부내에서도 이미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과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 두마를 지배하고 있는 공산당과 일종의 정치적 제휴를 통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경제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입법작업에 착수하는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토 및 전략무기협정과 관련, 러시아 공산당을 달래기위한 선물을 마련하는 등 미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옐친의 입지를 넓혀주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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