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크렘린에 주인이 없다/옐친 입지 급속 추락/“권력 진공상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크렘린에 주인이 없다/옐친 입지 급속 추락/“권력 진공상태”

입력
1998.08.29 00:00
0 0

◎명예퇴출 빅딜說도/체르노미르딘은 기반 구축 바쁜 행보「민주 러시아」의 토대를 구축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인가.

루블화 평가절하와 단기국채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으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의 총리복귀를 계기로 「권력공백」현상을 초래하면서 「옐친시대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금융가를 강타한 미 CBS방송의 옐친 사임서 서명 보도는 크렘린측의 즉각 부인으로 진화됐으나 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옐친 대통령은 28일 크렘린으로 돌아와 페타르 소토야노프 불가리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그러나 모스크바 인근의 휴양지 루시에 머물며 총체적 난국상황에서 뒷짐을 진 듯한 옐친의 그간 태도는 「건강 이상」이상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금융시장의 붕괴와 권력투쟁, 의회의 퇴진압력 등 정국이 통제불능 상태로 흘러가면서 옐친은 일단 사태장악에 실패한 것 같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권력이동」현상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옐친의 후계자인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는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와 만나는 등 난국타개와 권력기반 구축을 겨냥한 독자 행보를 계속하고 공산당이 주도하는 국가두마(하원)도 「옐친퇴진」을 외치며 이미 세몰이에 들어갔다.

앞으로의 정국에서 「태풍의 눈」은 체르노미르딘 정부와 상하양원의 3자 위원회가 26일 마련한 「권력층간 정치 합의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의 대거 의회이양을 골자로 한 이 합의서는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옐친의 약화와 권력의 재편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정계 일각에서는 그와 가족의 신변보장을 조건으로 한 옐친의 명예퇴진에 관한 「빅딜」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혼미한 정국에서 캐스팅 보드를 쥔 인물은 민족주의 세력을 이끄는 알렉산드르 레베드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다. 체르노미르딘이 국민적 인기가 높은 레베드를 끌어들여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숱한 위기를 헤쳐 온 옐친이 그렇게 쉽게 권력을 놓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총리가 위기를 수습하면 대통령은 권력을 유지하고, 총리가 실패하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다』는 옐친식 정치전략도 아직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경제를 잘못 다루면 정권이 위험하다는 교훈은 여전히 살아있다.<이진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