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鮮于 총장 부인 “나혼자 한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鮮于 총장 부인 “나혼자 한일…”

입력
1998.08.29 00:00
0 0

◎“2,000만원 딸 한달반 과외” 시인/서울대 교수들 구조조정 좌초 우려서울대 선우중호(鮮于仲皓) 총장의 딸도 불법고액과외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불법고액과외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선우총장의 부인 한모(56)씨가 자진출두, 둘째 딸(19·올해 서울S여고졸)이 지난해 9월 강남구 청담동 H학원장 김영은(金榮殷·57)씨에게 2,000만원을 내고 한달반동안 전과목 과외를 받은 사실을 진술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이날 『딸의 고3때 성적이 좋지않아 담임교사에게 과외강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 학원장 김씨를 찾아갔다』며 『모두 나혼자서 한 일이며 남편은 전혀 상관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7일 선우총장 둘째딸의 고3 담임이었던 권모(44)교사는 경찰에서 『지난해 가을 한씨가 족집게 과외를 부탁, H학원장 김씨에게 소개해줘 한달간 전과목에 걸쳐 2,000만원짜리 과외를 받게해주고 김씨로부터 2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불법고액과외사건의 주범인 H학원장 김씨와 이 학원 김모(49)실장등이 경찰의 감시소홀로 잠적, 수사가 난관에 빠졌다.

김씨등은 24일 학원설립법위반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되었으나 검찰의 보강수사지휘가 떨어진 25일 풀려났다.<유병률·손석민 기자>

서울대는 선우중호(鮮于仲皓) 총장이 딸의 불법고액과외로 결국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까지 이르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부도 충격 속에서 이번 사건이 교육개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28일 하루종일 집무실에 칩거했던 선우총장은 오후 6시30분께 본관4층 대회의실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선우총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미리 준비한 「대국민 사과문」을 5분간 읽고는 『과외사실을 알았느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을 외면한채 집무실로 돌아갔다.

○…서울대교수들은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며 애써 냉정해하면서도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하던중 이런 일을 당해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교수협의회(회장 이종흔·李鍾昕)는 31일 회장단회의를 열어 전체교수의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밤늦게까지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나온 한 보직교수는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면서도 『학내반발로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이번 일로 아예 좌초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우총장의 부인 한씨는 오후 2시부터 2시간30분여동안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초췌한 표정으로 귀가하면서 『앞으로 나같은 피해를 입는 부모가 없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총장(남편)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당시 담임교사로부터 「딸의 성적이 좋지 않은데 좋은 학원을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학원장과 상담을 하고 나니 딸의 성적이 금방 오를 것 같았다』며 『그러나 총장에게는 일절 얘기하지 않았고 학원비 2,000만원은 친척과 형제들한테 빌렸다』고 말했다. 고액과외를 받았던 딸은 올해 대학입시에서 낙방, 재수중이다.

○…95년 12월 이수성(李壽成) 총장 후임으로 세번째 직선총장으로 선임된 선우총장은 취임초기 「평화의 댐」찬성 논문 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학사전반을 꼼꼼히 챙기는 등 「대학행정의 달인」이라는 평판을 받아왔다.<이충재·김호섭 기자>

◎연루학부모 의사·공무원·前 경찰간부 등 다양

○…취임이래 강력한 과외근절 정책을 펴온 이해찬(李海瓚) 교육부 장관은 이날 아침 보고를 받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으며 국회 예결위에 참석해서도 시시각각 진행상황을 보고받았다.

한편 선우총장이 이날 직접적인 사임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은 오후내내 이장관이 국회에 나가있어 협의를 거치지 못했기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한 강남 일대 고액과외사건에 연루된 학부모 72명의 직업은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유명 대학병원 간부급 의사, 약사, 세무사, 전직 세무공무원, 정부부처 사무관, 대기업 간부, 갈비집 주인 등 다양하다. 또 뇌물수수혐의로 파면된 경찰간부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카지노업계 대부의 인척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모부장검사의 딸도 김원장의 수첩에 적혀 있어 부인이 경찰조사를 받았으나 일반학원비인 과목당 30만원씩에 두과목을 한달간 수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김원장은 수백만원에서 최고 8,000만원의 과외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으나 김원장에게 제자를 소개해준 모교사의 자녀는 무료강습을 받았다.

◎교육부,관련교사 중징계/학부모 명단도 공개키로

이해찬(李海瓚) 교육부 장관은 28일 불법고액과외사건 관련교사들을 엄중조치하도록 지시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경찰로부터 관련교사들에 대한 조사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한 뒤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될 경우, 금품수수액수에 관계없이 전원 중징계조치키로 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금품수수와 향응 학생알선 등에 모두 관련된 교사들은 파면·해임 등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관련 학부모들의 명단을 전원 공개키로 방침을 정하고 경찰과 협의하는 한편, 국세청에도 이들의 세무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관련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엄중조치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앞으로 교사들이 과외를 알선하거나 교습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학교장과 교감에게도 연대책임을 물어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또한 검찰과 경찰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불법과외 단속을 펴는 한편, 학원의 그룹지도및 알선행위등 지도·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이충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