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貨 부채도 모라토리엄 초읽기/서방은행 피해 330억∼500억弗 추정/亞 등 대출금 회수땐 파장 예측 불허러시아발 지진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의 달러화 거래를 무효화한 26일 미국과 유럽의 주식시장이 급락했고, 27일에는 일본 주식시장마저 6년만의 최저치로 폭락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러시아발 세계 금융위기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점. 러시아의 시중은행들은 현재 달러화 인출을 중단한 상태고, 중앙은행마저 달러화의 거래를 이틀째 정지시킴으로써 루블화의 태환(兌換) 기능은 사실상 상실됐다.
러시아 정부는 17일 루블화 표시 단기부채에 대해 모라토리엄(대외부채 지불유예)을 선언했지만 이제 달러화 표시 부채의 모라토리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방은행들은 러시아 정부가 만기도래한 달러화 표시 부채에 대해 지급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국가부도를 뜻하는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미 체결된 외환거래마저 무효화한 것은 외환보유고가 바닥났기 때문.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를 위해 지난주에만 17억달러를 썼다. 이로인해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21일 134억달러로 줄었다. 최근에는 100억달러수준으로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원해준 48억달러는 이미 소진됐다. 유일한 희망은 9월중 집행예정인 112억달러의 2차 지원금이지만 IMF는 경제개혁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선행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 역시 불투명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피치 IBCA는 이에 따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마이너스)에서 CCC로 낮췄다. CCC는 「가장 위험한 등급」으로 원금상환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27일 역외 금융시장에서 루블화는 달러당 13.28루블에 거래됐고, 20루블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서방은행들이 입은 손실규모만 330억∼5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액면가가 400억달러였던 루블화 표시채권의 시장가격은 모라토리엄 선언 당시 312억달러로 떨어졌고, 러시아 정부가 3∼5년에 걸쳐 원금상환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에는 62억달러로 폭락했다. 이로인해 러시아 국내은행들이 입은 손실만 120억달러에 달했다. 러시아 국내은행들이 도산위기에 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등 서방의 투자은행들이 입은 손실은 2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서방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출금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자본시장의 경색을 의미한다. 최근 뉴욕채권시장에서 한국 정부 등이 발행한 채권가격이 폭락한 것은 한 예에 불과하다. 채권값의 하락은 이자율의 급등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금리 급등현상이 일어날 경우 세계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세계경제는 공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높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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