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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노인’을 넘어서/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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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노인’을 넘어서/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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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는 이제 「각하」라는 호칭이 사라지고 「대통령님」이 자리잡았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할 즈음 『권위주의적인 각하라는 호칭 대신 사회통념으로 보아 무리가 없는 대통령님으로 불러 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었다. 그러나 언어에는 일종의 관성이 있어서, 청와대 사람들이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지는데는 두 달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지금도 청와대 바깥의 많은 사람들은 흔히 종래대로 「각하」라고 부른다.■매미나 뱀 등 곤충류·파충류는 성장하기 위해 표피를 벗는다. 헤세의 성장소설 「데미안」은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라는 구절로 유명하다. 사회가 성숙하려면 진부한 언어관습을 벗어나 참신한 이미지를 찾아가는 말의 진화가 필요하다. 한국일보사가 마련한 골프스타 박세리의 애칭 공모에 독자의 호응이 큰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돌고래·진돗개·코끼리같은 사랑스런 이미지의 동물이름과, 하얀 맨발의 투혼을 상징하는 치자꽃과 백장미, 강인한 정신에 비유한 오뚝이·얼음꽃 등 재치있는 별칭이 다양하게 접수되고 있다.

■사회복지협의회는 「노인」을 대신할 새로운 호칭을 공모하고 있다. 흔히 쓰이는 「노인」이라는 말이 정신과 경륜 보다는 육체의 상태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된 새 호칭찾기 캠페인이다. 실제로 지금 많은 「노인」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강건하고 사회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협의회는 활동력과 경륜을 반영하고 당당한 주체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공경의 뜻이 담긴 호칭을 찾고 있다.

■「아줌마」라는 말에 많은 여성들이 거부감을 느끼듯이, 지금의 많은 노인들은 「노인」이라는 호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응모된 말이 「어르신」이고, 은빛 머리를 가리키는 「은파(銀波)」라는 멋쟁이 호칭도 접수됐다고 한다. 사회에 대한 공헌과 경륜을 존중하면서 미국의 「시니어 시티즌」이나 일본의 「고년자(高年者)」를 능가하는 호칭이 발굴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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