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불신·하원도 탄핵 움직임러시아에 이제 더 이상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가? 악화일로를 걷는 경제위기와 정국혼란 앞에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속수무책으로 일관하면서 모스크바는 권력의 공백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23일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 임명을 계기로 가속화하고 있는 옐친의 레임덕 현상은 대통령의 조기하야설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체르노미르딘은 옐친과의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 옐친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있다. 체르노미르딘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내각구성권 마저 거의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그는 『현재 러시아에 정부는 없다』며 공산당 주도의 국가두마(하원)및 연방회의(상원)와 논의해 연립정부를 구성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국가두마가 옐친의 대통령사퇴 권고안을 통과시킨 것을 시작으로 강력한 탄핵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옐친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겐나디 셀레즈뇨프 국가두마의장은 『옐친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할 것』이라며 옐친 사임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급기야 옐친의 친위세력마저 등을 돌리고 있어 옐친의 권력약화는 깊어지고 있다. 보리스 넴초프 전총리는 『체르노미르딘이 환란의 책임자』라며 옐친의 체르노미르딘 총리 재기용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국민의 옐친에 대한 불신이 대통령의 권력 공백을 부르고 있다. 옐친은 잇단 개혁정책의 실패, 끊임없는 말바꾸기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옐친이 조기하야와 종이호랑이로서의 잔류라는 두 카드중 하나를 선택할지 아니면 또다른 깜짝쇼를 통해 권력을 회복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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