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독 물붓기’ 판단/러 개혁이행 자구책 촉구지난해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세계를 돌면서 도미노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경제 소방수」역할을 떠맡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속수무책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아무런 약효가 없자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전세계적인 위기상황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마치 엄청난 위력을 가진 태풍이 다가오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어쩔수 없는 상황 같다』는 비관적 진단이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미 행정부도 현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국은 26일 러시아 금융위기의 극복은 러시아정부가 금융체제를 비롯한 경제개혁을 과감하게 단행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리 토이브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G7국가들이 러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회합을 가질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러시아가 금융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예산 및 루블화 정책, 국가부채, 금융체제 등에 대한 개혁을 실시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모스크바에서 예정된 미·러정상회담에서도 빌 클린턴은 이정도의 상징적인 촉구만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방이 이처럼 개혁이행만을 촉구하며 수수방관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러시아에 돈을 줘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정국의 고삐를 확실히 잡고 이끌 중심 세력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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