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유로 구직불이익/‘실업자중 가장절박’ 불구 정부대책선 철저히 소외실업대란 속에 특히 여성가장들이 절망에 빠져있다. 이들은 남자가장과 똑같이 가정경제를 책임져야하는 입장인데도 정부대책에서는 철저히 소외돼 있는 것은 물론, 구직현장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와 나이, 자녀의 양육문제 등으로 3중(重)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27일 여성단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여성실업가장은 8만2,000여명. 가족내 소득원이 전혀 없어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한 사람만 6만2,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여성실업대책본부」는 『여성실업가장들은 실망(失望)실업자, 전업주부 등으로 간주돼 통계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며 『여성가장들은 실업자 가운데서도 가장 절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국 5곳의 여성실업대책본부에는 며칠씩 굶고 있다는 등의 극한상황을 호소하는 여성실업가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가 영세사업장이나 식당, 배달업체 등으로 극히 제한된데다, 그나마 자녀들 때문에 저녁늦게까지 일을 할 수 없어 기피대상이 되고있다. 더구나 정부가 실업대책으로 내놓은 고용보험조차 5인이상 직장의 실직자를 대상으로 하고있어 여성가장 대부분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또 여성실업가장은 40∼50대가 대부분인 반면 구인연령층은 사무경리 28세, 식당이나 파출부도 35세 이하 등으로 연소화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들의 취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지난 연말 액세서리조립공장에서 실직한 인천 남구 연수2동 임대아파트의 김복동(金福東·41·여)씨가 그동안 시·구청의 소개를 받아 찾아다닌 업체만 20여군데. 그러나 요구르트 배달과 식당일 마저 서른을 넘긴 나이와 딸린 자식이 문제가 됐다. 연(年) 30일에 불과한 취로사업 대신 3개월까지 일할 수 있는 공공근로사업은 생활보호대상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1급 장애(뇌성마비) 아들(20)과 5급 장애인인 딸(23)을 병원에 데리고 갈 때는 친구의 의료보험 카드를 빌린다. 김씨의 처지를 들은 조계종 송월주(宋月柱) 총무원장이 『오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연수동 사회복지요원 신순호(申舜浩·35)씨는 『이곳 임대아파트내 200여 모자가정중 김씨는 매달 20만원이 넘는 생계보조비를 받고 있어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올해 4월 다니던 중소업체의 부도로 실직한 이모(58·여)씨도 거리의 구인광고를 보고 서울 대전 등을 수차례 오가며 취업신청을 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많은 나이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자녀 넷에다 시부모까지 함께 부양해야 하는 환경이 거부당한 이유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南仁順) 사무차장은 『일정소득 이하인 여성실업가정에 대해 생계비는 물론, 주거비와 교육비등을 보조해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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