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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식 연애’/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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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식 연애’/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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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창인 S씨가 해준 이야기다. 한 여성을 만나 영화를 보고 강남 주점에서 소주를 한 병씩 마셨다. 다시 마포에 있는 여자의 오피스텔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씩을 더 마셨다. S가 말했다. 『커피 한 잔 줄래』 그녀는 커피는 무슨 커피냐며 술이나 더 마시자고 우겼다. 결국 S는 『몸이 너무 피곤하다』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버렸다. 그녀는 포장마차주인과 소주를 더 마시고.S에게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에이, 결혼할 여자는 아니지』 여기서 「에이」는 강한 부정의 뜻이다. 결혼할 여자도 아닌데 오피스텔 가서 커피 마실 생각을 한 것도 S이고, 그녀가 술을 너무 잘 마시기 때문에 결혼할 여자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도 S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지고 클린턴이 연일 공격당하자 클린턴과 공통점이라고는 남자라는 것 하나 뿐인 회사 동료들이 억울해 죽겠다는 듯이 이렇게 투덜거렸다. 『왜 여자들은 좋아서 동침해놓고 「당했다」는 식으로 말하느냐』고. 그리고는 또 『바로 그런 사고방식이 영원히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심리의 표현 아니냐. 여자가 즐겼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폭행범보다는 「지능범」쪽에 가까운 게 나의 남자동료들이다.

물론 그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 성인의 성행위는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자기 행위에 대해서는 상대방을 망신주지 않는 것이 잠시나마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다. 스캔들에 연루됐던 여성들이 사건이 터지면 단정한 단발머리에 우아한 수트차림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면 역겹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자. 결혼을 했는데 아내의 입에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한 것같다』고 말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때도 『네가 즐겼다고 생각하라』고 할 것인가. 애인에겐 관대하고, 아내에겐 엄격하고, 몸 따로 마음 따로,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우리나라 남자들의 연애는 「따로국밥식」이다. 그들이 위선적 가치관을 버릴 때 여성들의 그 지겨운 「당했다」는 말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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