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총재경선 레이스가 종반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탈당의사를 내비치는 초·재선 의원들이 잇달아 당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실제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경선후 집단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게다가 당의 울타리가 돼야 할 일부 중진마저도 『이대로 가면 당이 온전할 것 같지 않다』며 은근히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탈당을 거론하는 의원들은 주로 『누가 총재가 되든 당의 소생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경선결과에 대한 불복과 탈당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修辭)일 뿐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만약 이들이 그처럼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경선 무용론을 폈거나 진작에 탈당했어야 이치에 맞다. 그럼에도 「탈당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몇몇 의원은 득표전 초반까지만 해도 특정 경선캠프에 가담, 계파보스의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했었다. 이들의 속내는 자신이 속한 계파보스의 경선패배 가능성이 짙어지자 경선후 입지상실을 우려, 당밖에서 새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다.
혹자는 지지세가 많은 특정 후보에 대한 노골적 거부감을 드러내며 『그 사람과는 당을 같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후보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는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결코 경선을 부정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당내에는 지난해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탈당이 대선패배로 이어진 악몽을 현 상황에 오버랩시켜 『경선이 당을 망치고 있다』는 「경선 망당론(亡黨論)」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선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당장의 승리가 절박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일은 게임의 룰을 준수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페어플레이의 관행을 세우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번에도 제대로 된 관례를 남기지 못한다면 다시는 경선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고, 당을 뛰쳐나가는 사람들도 설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