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대대적공세에 홍콩,시장개입 주가 올려홍콩 주식시장에서는 지금 「O.K 목장의 결투」를 연상시키는 최후의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홍콩의 중앙은행격인 통화관리청(HKMA)과 국제투기자본의 대명사격인 헤지 펀드간의 싸움이다.
한쪽은 세계 3위의 외환보유고(960억달러)와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배후에 갖고 있고, 또 한쪽은 고도의 투자기법과 「자유시장 원칙」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해있다. 홍콩 통화당국은 이번 싸움에서 패배하면 15년째 지켜오고 있는 홍콩 달러화의 페그제마저 포기해야 할 운명. 헤지 펀드 세력 역시 지난해 이후 아시아 금융시장을 유린하며 각국 통화당국을 굴복시켜왔던 전통을 감안할 때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결투의 발단은 HKMA가 14일부터 주식시장에 개입, 대대적인 주가 끌어올리기에 나선 것. HKMA는 지금까지 100억∼150억달러(13조∼19조5,000억원)를 쏟아부으며 13일 한때 6,544포인트까지 떨어졌던 항생(恒生)지수를 25일 7,890까지 올려놓았다. 홍콩 주식시장의 현물 주식 거래량이 하루 평균 10억∼15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시장개입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 지를 짐작할 수 있다.
헤지 펀드들은 이달초 홍콩 달러화를 공격하면서 주식시장에서 8월물 선물계약을 대량으로 매각했다. 홍콩 정부가 홍콩 달러화의 방어를 위해 이자율을 올릴 경우 주식가격이 폭락할 것을 예상했기 때문. 지난해 10월 홍콩 달러화가 공격을 받았을 때도 항생지수는 이자율 급등의 영향으로 4일간 무려 20% 이상 폭락했다. 이번에도 이들의 예상은 적중해 5∼13일까지 항생지수는 12%나 떨어졌다.
헤지 펀드들의 이같은 시장조작 의도를 간파한 HKMA는 과감히 주식시장에 개입, 14일이후 주가를 20%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헤지 펀드가 먼저 주가를 조작하려 했고, 홍콩 정부의 시장개입은 이들 투기꾼들이 다시는 홍콩달러화를 넘보지 못하도록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HKMA의 주장이다.<박정태 기자>박정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