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제3국재판회부 조건/“경제제재 해제” 유엔 제출/인도 거부명분 사라져 고민88년에 발생한 최악의 대미 테러인 「로커비 사건」의 범인들이 10년만에 드디어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은 88년 12월21일 스코틀랜드 로커비 마을 상공에서 발생한 팬암기 폭파사건(로커비 사건)의 두 리비아인 용의자가 제3국에서 재판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대(對)리비아 제재조치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미·영 양국은 25일 용의자에 대한 재판이 스코틀랜드법에 따라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것을 조건으로 로커비 사건 후 리비아에 가해진 유엔의 제재조치를 해제하는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두 리비아인 용의자가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법정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헤이그에 도착하는 즉시 안보리는 대 리비아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미·영은 이같은 타협안을 리비아에 전달했으며 리비아는 곧 회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승객과 승무원 259명의 목숨을 앗아간 팬암기 폭파사건을 해외에서 발생한 최악의 반미테러공격으로 간주해 왔다. 미국이 이 사건에서 종래의 입장을 번복하고 타협안을 제시한 것은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테러범들을 처벌하겠다는 원칙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이같은 양보안을 리비아가 거부하고 용의자들을 인도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에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평의회 의장은 그동안 미국과 영국의 요구를 거부해 왔으나 이같은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어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됐다.
특히 이 사건을 중재해 온 비동맹 정상회담의 주최국인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도 미·영의 제안을 환영했으며 에스마트 압델 메구이드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들은 리비아 첩보장교로 알려진 압델 바세트 알리 메그라히와 알 아민 칼리파 피마흐. 이들이 헤이그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최소 30년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이장훈 기자>이장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