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의 재일 동포와 주재원들이 가정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뉴스를 마주하는 것은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니다. 지난해 1월 다채널 디지털 위성방송인 퍼펙TV의 채널 331로 방송을 시작한 KN TV 덕택이다.「일본속의 유일한 한국어 채널」로 나름대로 영역을 넓혀온 이 방송이 곧 일본인의 손에 넘어갈 위기를 맞고 있다. 채널 운용권자인 현지 합작회사 한국위성방송(KSB)의 매각 교섭이 거의 매듭 단계에 이르러 있다. KSB의 지배주주인 한국통신이 매각 방침을 결정한 후 한동안 한국기업과 재일동포 실업가를 상대로 인수자를 물색했으나 실패했다. 그 결과 주식 51%를 마이니치(每日)신문사가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고 9월14일 마이니치신문사 이사회의 최종 승인 절차만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이를 두고 재일 한국인 사회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한국문화 발신기지」 하나가 사라지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측은 현재의 방송 내용을 유지한다는 약속이지만 상업방송의 성격상 애초의 취지가 흐려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인수 조건이 처음보다는 크게 완화돼 매각의 실익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통신의 KN TV 매각 방침은 채산성이 낮은 해외 사업에서는 손을 떼는 IMF식 유행에 따른 것. 월 2,800만엔의 적자로 6억엔의 부채를 비롯한 7억7,000만엔의 누적 적자를 낸 데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일본측 파트너인 텔레워크사가 부채의 절반인 3억엔을 떠안기로 해 부담이 크게 줄었다. 또 현재 8,000세대 정도인 가입자가 월 700세대, 올 1월 시작한 유료광고 수입이 월 200만엔씩 늘고 회선사용료가 월 700만엔에서 400만엔으로 주는 등 적자 요인이 반감하고 있다.
물론 KN TV가 흑자로 돌아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초 이익보다는 재일 한국인 사회의 통합과 문화 전파를 겨냥한 긴 안목의 투자가 IMF유행에 휩쓸리는 모습은 안타깝다. KN TV 살리기는 일본속 우리 문화 살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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