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경제정책 난맥상을 파헤치기 위한 경제청문회를 10월중순께 열기로 했다. 환란을 유발해 경제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 전정부의 책임소재 규명은 재발방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시기가 10월중순부터 11월중순까지 정기국회와 겹치게 됨으로써 청문회정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여론의 눈과 귀가 온통 청문회장에 쏠리게 됨에 따라 예산안을 비롯한 막중한 국사가 소홀히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여권은 또 비슷한 시기에 방송청문회도 열기로 했다. 전정부 아래 이루어진 일부 지역민방과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 허가과정등에서 발생한 비리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정권아래서 일어났던 각종 의혹이나 비리를 캐는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는 먼저 두 청문회가 책임추궁보다는 재발방지의 교훈을 얻는 차원에서 개최되기를 희망한다. 과거 5공특위 청문회나 광주민주화운동 특위의 청문회등에서 얻은 교훈이 잘 활용돼야 한다. 청문회장이 과거정권의 비리를 단죄하는 자리는 결코 아니다. 만약 전정권의 비리나 각종 의혹이 범법행위로 밝혀질 경우 사법적 처리에 맡기면 된다. 청문회가 피해자의 한풀이 마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제청문회의 경우 환란을 초래한 정책적 실수가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증인의 채택에 있어 성역을 두어서는 안된다. 비록 전직대통령에게 서면증언을 요청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얻도록 해야 한다. 과거 청문회에서 이미 경험했던 바이지만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벌였던 소모전의 추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방송청문회도 마찬가지다. 전정권이 마치 「황금의 알을 낳는 거위」인양 부추겨 민방이나 유선방송의 인허가를 남발한 것은 아닌지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 전정권이 각종 인허가를 둘러싸고 막대한 비자금을 챙겨 감추고 있다는 의혹을 국민회의 수뇌부가 이미 주장한 바도 있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 유사한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훈을 얻는 계기가 돼야 한다.
거듭 당부하지만 청문회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자리여야 한다. 어느 세력, 어떤 지역을 겨냥하는 마녀사냥식이어서는 안된다. 정치권을 흔들어 정계개편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는 자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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