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를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이 그 나라를 아무리 안다해도 외국인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에 대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총기문제다. 청소년들의 교내 총기사고가 빈발하고, 사고로 학생들이 희생될 때마다 대통령을 비롯한 온 나라가 슬퍼하면서도 정작 총기규제를 제대로 하지는 못한다. 규제반대의 선봉은 총기소유를 기본권으로 보는 전국총기협회다. 발언권이 막강한 보수단체이다.■이해하기 힘든 또 하나의 사안은 클린턴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다. 전세계가 다양한 시각으로 이를 주시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미국민들의 시각은 우리의 정서와 정치문화로는 깊이 와 닿지가 않는다. 급기야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어있는 정액까지 증거물로 제시됐고, 클린턴은 곧 무너질 것 같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문제는 그의 부정한 행위자체가 아니라 위증에 관한 것이고, 공화당이 탄핵을 추진하기도 여론상 어렵다.
■얼마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클린턴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62%로 여전히 높기만 하다. 클린턴의 추문을 믿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르윈스키의 증언을 더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41%로 클린턴을 믿는다는 39%를 능가했다. 또 응답자의 55%가 드레스의 정액을 확인하기 위한 클린턴의 혈액채취를 찬성했다. 그러나 탄핵여부에 대해서는 70%가 부정적이었으며 69%의 응답자가 클린턴의 시인이 있을 경우 사건종결을 원했다.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테러보복 폭격이 성추문을 희석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지만, 폭격자체에 대한 지지는 의심과는 별개인 현상도 미국적이다. 야당인 공화당의원들까지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폭격에 담긴 국내용 정략을 몰라서 나오는 지지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혼외정사는 천하가 알지만 대통령직의 공적 영역은 구분하는 모습이다. 인치(人治)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쉽지않은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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