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학계 “정부 갈팡질팡… 향후 구조조정 등 큰 암초”/정부일각 “분규 더격화우려” 시민단체 “평화해결 환영”현대자동차 사태가 24일 새벽 3개월여의 우여곡절끝에 타결됐으나 협상과정에서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개입, 법과 원칙이 정치논리에 훼손돼 향후 기업구조조정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재계에서는 정리해고와 불법폭력행위자의 사법처리문제까지 협상대상이 된데 불만을 표하고 있고 정부일각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조의 극한투쟁이 빈발할 가능성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현대자동차 사태가 정치논리에 의해 타결됐다』면서『특히 법에 규정된 정리해고를 노조의 파업행위로 저지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은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노사가 양보해 타협에 이른 것은 다행스럽지만 노사정 합의로 도입된 정리해고제가 산업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점과 노조의 불법행위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삼성, 대우, LG, SK 등 대기업들은 경쟁사의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사태 해결방식이 앞으로 기업의 고용조정에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노동부 등 정부일각에서는 이번 현대자동차사태를 계기로 다른 사업장 노조들도 강경투쟁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고심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평화적 해결과 정리해고 적용이라는 정부의 두가지 원칙은 성과를 거두었다』며 『그러나 정리해고와 고소고발철회까지 협상의 대상이 돼 다른 사업장 노조들이 「버티면 된다」는 전략을 채택할 경우 극한 투쟁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주시해온 외국투자가들이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특히 재벌들의 반발로 재벌개혁마저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심상달(沈相達)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이번 사태는 정치권이 개입해 급한대로 봉합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돼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재벌들이 강력히 반발할 경우 재벌개혁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공언, 하반기 구조조정과정에서 노사간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현대자동차사태는 회사측이 1만여명을 희망퇴직으로 사실상 정리해고했는데도 무리하게 정리해고를 강행한데서 시작됐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재벌과 정치권이 우리사회의 개혁을 가로 막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리해고 철폐투쟁과 재벌개혁 등 사회개혁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박천호·이태규·조철환 기자>박천호·이태규·조철환>
◎울산시민들 “그나마 다행”
정리해고 불가피 통보이후 124일간에 걸친 노사분규가 타결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안팎은 「침묵과 환영」이 교차하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노조원들은 타결이 알려진 24일 환영하거나 기뻐하는 모습없이 하나 둘 짐을 챙겨 농성장을 떠났다. 남아 있는 1,000여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향후 벌어질 상황을 걱정했다. 한 노조간부는 『노조원에게 정리해고 수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개인적인 의견이 달라도 집행부 결정에 참고 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협회 이상일(李相一) 회장은 『사태여파로 2,800개 협력업체중 330여사가 부도를 내 피해가 컸지만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환영했다. 울산상공회의소 고원준(高源駿) 회장도 『벼랑끝에 몰려 있던 전국의 협력업체 직원들의 생존권이 되살아나게 됐다』고 반겼다.
울산 시민들도 앞으로 신뢰있는 노사관계를 정착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빌었으며, 공장주변 주민들은 플래카드를 걸어 환영했다.<울산=이태규 기자>울산=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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