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창배 ‘북한 판타지’(사연이 있는 그림: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창배 ‘북한 판타지’(사연이 있는 그림:끝)

입력
1998.08.25 00:00
0 0

◎고민끝에 담담하게 담아낸 북녘 실상한국화가 황창배(黃昌培·51)씨는 이성적 사고 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더 자극을 받는 성향이다. 캠퍼스의 풍광이 수려한 경희대에 재직할 때는 사람은 없어지고 나무와 풀이 캔버스를 채웠다. 이화여대로 옮기고 나서는 풍경 대신 여성이 많이 나타났다. 『혼자 떨어져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그림 속에 관능적인 체취가 많이 묻어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품방향과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 끝에 그의 그림에서는 두터운 아크릴의 부조화가 나타났고 간결한 선과 익살스런 형상은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6일부터 열흘 남짓 북한여행을 한 뒤에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는 많은 사람과 새로운 풍경을 보았다. 감성에 이끌려 그림을 그렸던 이전의 방식으로 북한의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을까. 풍경화에는 별로 애착이 없던 그였지만 다시금 어떤 풍경을 그려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단군릉, 주체탑, 역사박물관, 성불사, 김일성동상, 그리고 구경나온 학생들, 김정숙 탄생 80주년기념식을 위해 동원된 학생들…. 그 많은 풍경과 사람을 어떻게 남한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9월24일∼10월10일 선화랑 개인전을 통해 선보일 신작에서 그는 결국 해답을 찾아냈다. 『담담하게 그리자』. 그는 신작에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풍경을 그리는 법을 택했다. 화선지와 캔버스에 수묵 수채 아크릴 과슈 유화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구사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기억도 온전히 남아 있을 수는 없는 법. 조각조각 남아 있는 기억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처리한 것은 담담하게 풍경과 역사를 담아내려는 그의 새로운 방법론이다.<박은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