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싱그러운 3색 젊음展/회화·조각의 의미 다양한 탐색/세밀성·여성적 수작업 매력낮은 목소리를 들어라. 유명작가 중심으로 전시를 해온 갤러리현대가 젊은 작가를 위해 마련한 「우연의 만남」전(9월2일까지·027346111). 풋내가 가신, 그러나 아직은 싱그러운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그들은 작게, 조용하게 움직인다.
초대작가는 서정국(徐正國·40·계원조형예술대 교수), 노상균(盧尙均·40), 도윤희(都允熙·37)씨. 세 사람 모두 회화를 전공했지만 표현방식은 평면에서 부조, 입체까지 다양하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마이스터쉴러(석사)를 마치고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서정국씨는 사진 비디오 설치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 산업화와 환경문제를 탐구해왔다. 전시에는 엄지손가락 굵기의 파이프를 자른 후 용접해 대나무처럼 이어 붙인 대나무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파이프나 스테인리스 스틸같은 철재료로 자연을 표현하는 역설적 방식을 통해 해체와 조합, 분열과 통합, 획일과 특성이라는 대립적, 개념적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스팽글, 일명 「반짝이」로 만든 부처, 음반같기도 하고 여성의 입술같기도 한 검은 색 부조 등을 선보인 바 있는 노상균씨의 작업은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기말에 유행하고 있는 여성적 수공예작업의 흔적이 엿보인다. 또 「눈속임」의 키네틱 아트적 성질과 분위기도 갖고 있다. 『물고기를 많이 그렸다. 물고기 비늘을 연상하면서 스팽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노씨는 앞으로 신문지 등을 이용한 「부피가 없는 작업」에 몰두할 생각이다.
「평면으로 숨어드는」 감성적 평면작업을 해온 도윤희씨는 전보다 색감이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물감을 바르고 거의 무가공 흑연과 흡사한 무른 9B 연필 등으로 4, 5 차례 드로잉을 반복한 작품들이다. 시간의 축적을 주제로 한 「숲」시리즈를 시간의 퇴적물인 흑연을 이용해 그리는 기법으로 주제와 방식의 일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코팅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처리와 그 안에 숨은 감성은 여성적 「그리기」방식의 새 일면을 보여준다.
이들의 작업방식은 서로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있다. 작은 주제, 세밀성과 시간성, 그리고 여성적 수작업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회화와 조각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는 다양한 젊은 방식이 그래서 주목할만하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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