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척수증」이라는 병명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초기에 손이 저리거나 목에서부터 팔·다리로 뻗치는 전기자극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점차 진행하면 팔·다리의 근력약화, 감각이상 등으로 젓가락질을 잘 못하거나 단추구멍을 제대로 끼우지 못하게 된다. 걸을 때 자주 넘어지고 계단도 잘 오르지 못하며 나중에는 팔·다리까지 마비되는 무서운 질환이다.그러나 국내에선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전문의들조차 이 질환의 개념을 잘 몰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선 인구 1,000만명당 500명 정도가 수술치료를 받고 있다. 일본과의 종족간 유사성으로 미루어 국내에도 많은 환자가 방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뇌와 척수, 신경근 및 말초신경으로 구성된다. 경추척수증이란 경추부에서 척수가 눌려 보행장애, 마비 등 중추신경에 이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대부분 경추부의 퇴행성 변화에 따른 추간판의 돌출 등으로 인해 척추관내를 지나는 척수가 압박돼 발생한다. 심한 추간판 탈출증이나 후방종인대 석회화 등이 단독으로 경추척수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환자의 증상진찰과 병력을 통해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다. 일반 경추 X레이사진으로 척추관이 좁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척수의 눌린 부위와 원인을 확진할 수 있다. 목디스크로 알려진 경추추간판 탈출증이나 말초신경 포획증후군, 다발성 경화증 등과 감별해야 한다.
통증이 목 부위 및 손에 국한된 초기에는 운동제한, 견인요법, 뜨거운 찜질, 초음파 등의 물리치료와 근육이완제 등의 약물요법, 국소주사요법을 시행한다.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하면 수술을 한다. 일반적으로 증상 시작후 6개월∼1년이 지난 환자나 근력약화, 마비 등의 신경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수술 후 우수한 치료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나 신경증상이 심한 환자는 회복에 한계가 있다. 수술은 디스크와 함께 척수를 누르는 골극을 제거하고 이 부위에 골이식술을 시행한다. 3곳 이상에서 다발성으로 척수가 눌리는 경우 척추관 후방벽인 추궁을 벌려주는 추궁성형술을 통해 척수의 압박을 풀어준다. 결론적으로 경추척수증은 손저림, 보행장애 등 초기증상이 나타났을 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하반신마비 등의 후유증이 없으므로 의사와 환자들에게 이 질환의 개념을 널리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서정국 인제대 의대교수·서울백병원 정형외과>서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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