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합병행로가 「산넘어 산」를 맞고 있다. 주주와 경영진 직원 노조의 이해가 얽히고, 은행내에서도 경영진과 직원간 의견차가 벌어지는등 합병작업은 감정대립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상업 한일은행은 24일 난상토론끝에 두 은행간 합병비율을 약 1대 0.9693로, 직원감축은 동률(同率)기조로 한다는 합의안을 가까스로 마련했으나 승인을 위한 확대이사회가 노조반발로 봉쇄되는등 큰 난항을 겪었다.◎상업·한일은행/합병비율 1:0.9693 잠정합의/감원비율 놓고 시각차 커
지난달 합병선언 당시 「대등합병」원칙을 선언한 두 은행은 지금 「대등합병이 무엇이냐」는 근본적 시각차에 봉착해있다. 자산가치에서 상업이 우세를 점한 가운데 대등합병과 관련, 한일측은 「산술적 1대1에 근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상업측은 「현재 가치를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대립은 합병비율산정과 감원문제에 그대로 반영됐다.
상업 한일은행은 이날 수뇌부 담판을 통해 약 1대 0.9693의 합병비율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존심과 합병후 주도권문제가 걸린 합병비율에 한일은 한일대로, 상업은 상업대로 반발이 큰 상태. 특히 향후 정부출자시 두 은행은 대규모 감자, 극단적으론 최저자본금(1,000억원)까지 감자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주설득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감원문제는 더 심각하다. 6월말 총인원은 상업이 7,806명으로 한일(7,488명)보다 318명 많으며 특히 상위직급에서 그렇다. 한일측 직원들은 상업측의 추가감원을 통해 합병후 인원을 「동수」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상업측 직원들은 동률로 감원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합의된 감원안의 기조는 「조건부 동률감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경우 합병후 직원은 상업측이 많아져 한일 노조가 강력 반발, 이날 확대회의장을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합병험로를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하나·보람은행/보람 일부 대주주 소극적
합병원칙에 최종 합의, 공식발표만 남겨 둔 상태지만 보람측 대주주 반발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양측은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합병비율산정 방식과 인원정리문제에는 합의했다. 합병비율산정은 「주가로 정하자」는 주장과 「자산실사결과로 정하자」는 입장이 맞섰으나 현재 후자로 정해진 상태.
인원감축은 종합직 남자직원을 하나가 52명, 보람이 221명 줄여 최종인원을 하나(861명)가 보람(846명)보다 15명 많게 하기로 합의됐다. 임원은 행장포함 10명으로 하나 보람이 6대4로 나눈다는데도 합의했다. 보람측 노조가 아직 반대입장을 표시하고 있지만 합병을 번복시킬만큼 대세는 아니다.
초점은 보람은행 대주주들의 태도. 3대 주주중 두산과 코오롱은 동의의사를 밝혔지만 다만 LG그룹은 그룹내 금융업 구조개편과 맞물려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합병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람측에 불리한 현재 합병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성철·김범수 기자>이성철·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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