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이 감히 정리해고 나서겠나「정리해고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현대자동차 사태가 24일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것을 지켜본 재계는 구조조정을 위한 정리해고가 힘들어졌다며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제1기 노사정위원회가 산고 끝에 입법화한 정리해고를 노조가 폭력으로 저지해 시늉만 낸 것은 다른 기업들의 고용조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잔뜩 우려하고 있다.
■고용조정에 나쁜 선례
재계는 현대자동차 해법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며 불만이 높다. 처음부터 법과 원칙이 무시된채 파행적으로 다뤄졌다는 것이다. 정리해고가 법으로 보장된 것인데도 노조가 불법파업 및 폭력으로 버티면 유야무야된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어 고용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김영배(金榮培) 경총 상무는 『노조가 사측의 정리해고방침에 강경대응하면 이를 사전봉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4만5,000명의 인력중 겨우 277명을 정리해고하는 데 노조가 불법파업으로 결사저항하고, 온 나라를 거센 소용돌이로 몰아가는데 어느 기업이 정리해고를 감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계는 정치논리를 앞세운 정치권의 무원칙한 중재에 대해서도 다른 사업장의 노사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총 조남홍(趙南弘) 상근부회장은 『정치권의 개입이 노사간 대타협이 아닌 「억지대봉합」만을 추구해 법과 원칙의 혼란을 부추기고,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며 『법으로 보장된 정리해고가 노사간 교섭대상인지, 불법파업에 대해 정부가 엄정한 법집행이나 공권력 투입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불투명해 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소고발된 노조원에 대해 대타협을 명분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노조의 불법파업관행이 지속될 뿐 아니라 노사관계 법질서도 무너진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리해고 대안찾기 부심
삼성 대우 LG SK 등은 현대자동차 쇼크에 따라 희망퇴직 분사제(사업분할) 아웃소싱(외부조달) 임금삭감 무급휴가 근로시간단축 등 다양한 고용조정 방식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이의춘 기자>이의춘>
◎외국인 “한국정부 개혁의지 실망”
외국투자자들은 현대자동차 파업타결에 대해 실망한 나머지 한국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해서도 재평가하려는 분위기다. 외국투자자들은 특히 가뜩이나 위축된 외국인 직접투자유치는 물론 향후 외국인들의 국내기업 인수합병(M&A)등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장 제일·서울은행의 매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파업이 정치논리에 의해 매듭지어진다면 이는 한국경제에 대한 또 하나의 깊은 불신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정리해고법의 제정과는 달리 법의 실행이 불가능하고 아무런 원칙없는 사태수습이 한국정부의 해결방안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워버그 딜런리드의 관계자도 『한국의 기업풍토에서는 정리해고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통신은 사측은 처음 제시했던 정리해고 대상 인원에서 상당히 후퇴했고 노조측은 정리해고를 수용해야만 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노사 양측 모두에게 패배로 간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장학만·김지영 기자>장학만·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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